오상근 소설가, 장편소설 ‘폐광’…꼭 기억해야할 그 덕수의 처절한 삶
오상근 소설가, 장편소설 ‘폐광’…꼭 기억해야할 그 덕수의 처절한 삶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16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나라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땅이니까. 그 시절 흉포한 삶들은 많은 형식으로 회자되어 왔고 앞으로도 이야기될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이야기 되어야 한다.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니까.” 「작가의 말」 중에서

 역사의 수레바퀴에 끼어 처참한 삶 속에서도 가족과의 평범한 삶을 갈구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가 소설로 그려진다.

 오상근 소설가가 쓴 장편소설 ‘폐광(세시·1만5,000원)’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축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백련리 임실호국원 산 중턱 왼편에 위치한 폐광, 구운광산이다.

 1951년 3월 14일 구운광산과 남산광산 입구에 산처럼 쌓아놓은 마른 고춧대와 솔가지에 불이 붙었다.

 오소리 작전이다. 폐광 안에 숨어 있는 빨치산 부역자로 낙인찍힌 700여 명을 살상하려는 작전이었다. 동굴에 피신해 있던 부녀자, 노인, 아이 등 수많은 양민들이 연기에 질식돼 참혹하게 죽었다.

 소설 ‘폐광’은 이렇게 우리 민족만이 짊어지고 가야만 하고,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그린다. 한 가족이 감내해야만 했던 시련과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 첫 페이지를 펼치면 덕수네 가족이 등장한다.

 덕수는 아내 정순과 동호, 동숙, 동민 이렇게 세 아이들과 함께 동굴에서 살고 있다. 동굴은 덕수와 가족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지만, 세상과의 단절로 인해 고난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밝은 낮에 동굴 앞에서 놀고 싶다며 떼를 쓰지만, 돌아오는 것은 덕수의 호통뿐이다.

 덕수는 힘들었던 기억들은 흙으로 담을 쌓아 가둬버렸다. 불쑥불쑥 기억들이 담을 뚫고 현실로 나오려 하지만 덕수는 애써 그것들을 외면한다. 덕수는 늘 불안에 떤다. 힘들었던 기억과 관련된 어떤 현실이 언제 어느 때 가족들의 이 소소한 행복을 산산이 부서져 버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그렇게 1부가 끝나기까지 질문은 꼬리에 꾸리를 문다. 왜 덕수는 가족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와 살고 있을까?

 총 7부로 구성된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과연 동굴에서 살아가고 있는 덕수와 덕수 가족의 행복은 이어질 것인지 말이다. 소설 뒷장을 넘기는 순간,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천천히 차오른다.

 이 소설은 단순히 있었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그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소설화해 사건과 인물들을 재구성하고 추리적인 기법으로 묘사하고 전개하고 있어 반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 덕수의 소망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우리네 삶, 그 안에서의 희망과 다르지 않다. 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사랑하는 가족과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것, 그 뿐이다.  
 오 작가는 “소설의 배경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회성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평범한 우리의 선대 중 누군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꾸며보려 했다”며 “설익은 솜씨로 엮다보니 빈틈도 많고 제대로 꾸려졌는지 싶어 부끄러움이 앞서고 미스터리를 표방했지만 너무 사회성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읽는 분들에게 작은 떨림이라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고 했다.

 오 작가는 2012년 공무원문예대상,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6년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해 충실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장편소설에 열중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