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단상
포스트 코로나 단상
  • 김명지 전라북도의회 의원
  • 승인 2020.09.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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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전라북도의회 의원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서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은 없을 것이며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까지 한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조어도 이제는 익숙한 보통명사가 돼버렸다.

 뭔가 대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처방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포스트 코로나 얘기를 보면 진단보다는 미래 전망에 치우쳐 있어 보인다. 코로나로 상징되는 전 지구적 생존위기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단어 중 대표적인 게 뉴노멀과 비대면 즉, 언택트다. 이 둘을 섞어 말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비대면이 새로운 규범 또는 일상이 될 것이라는 의미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비대면 사회를 축으로 해서 나오는 세부 전망들이 생필품 배달 증가나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 교육방식의 변화, 재택근무 활성화 등등이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해서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이런저런 전망이 지금 우리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자주 들은 탓인지 식상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인류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맞춰서 삶의 방식을 맞춰왔고 때로는 극복하기도 했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가 촉발시키게 될 경제와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부문의 변화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의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 이후에 관한 전망은 지금이나 몇십 년 후나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모든 전망의 최종 도착지는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하게 되어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단지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을 뿐이다. 관건은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전망하는 데 치중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가 어떤 이유로 시작됐는지 그 진원지를 추적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코로나는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환경을 무자비하게 착취해온 인간의 야만성을 되돌아보라는 노란색 경고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해왔고 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는 자연환경이 대규모로 파괴되면서 숙주 역할을 하는 생명체가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사람에게 전파된다고 한다.

 내성을 지닌 채 바이러스와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던 동물들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자 인간 세상으로 터를 옮길 수밖에 없고 결국 의도치 않은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존을 거부하고 인간만의 세상을 구축하려고 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명체들과 자연환경, 그리고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그렇지 않고 코로나라는 노란색 딱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질주한다면 노란색이 아니라 레드카드가 날라올 것이다.

 코로나는 단지 지구상에 인간만이 존재하는 게 아님을 명확히 깨달아야 하며, 인간의 탐욕을 절제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자기 조절능력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수많은 경고장 중의 하나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다양한 미래상을 전망하는 데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명지 <전라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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