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혁신으로 교육혁신을
학교 공간혁신으로 교육혁신을
  •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 승인 2020.09.15 17: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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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간 속에 살아간다. 공간은 삶의 터전이자, 사유의 원천이다. 그런 만큼 공간은 삶과 사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화장실에 꽃과 그림을 배치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게 한다면 단순 용변 기능만이 아닌, 사색과 힐링의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경제성장과 시대정신에 맞춰 공간들이 변화해왔다. 그런데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학교이다. 지금의 학교는 일제강점기의 형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당시 학교는 군부대 형태를 따랐다. 교문을 지나면 연병장처럼 운동장이 펼쳐지고, 그 위에 막사처럼 교사를 세웠다.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편리한 구조이다. 그래서 많은 건축학자는 학교가 교도소와 유사한 구조라고 한다.

 학교 중앙 현관에 들어서면 교장실과 행정실, 교무실 등 학교 권력자들의 공간이 우선 배치돼 있다. 아이들은 복도를 통해 상위층으로 올라간다. 마치 닭장에 갇힌 닭들 같다. 일자형의 복도와 유리창, 여기에 출입문에 뚫어놓은 창호까지 감시와 통제 중심의 구조다. 교실 역시 마찬가지다. 맨 앞에 교탁이 있어 모두 선생님을 바라봐야 한다. 수시로 ‘주목’을 외쳤듯 주입식 교육에 아주 최적화된 구조다.

 최근 이런 공간을 바꾸려는 노력, 이른바 학교 공간혁신이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교 공간혁신 프로젝트 ‘꿈담교실’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그러자 교육부가 ‘학교시설 5개년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호응하고 나섰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학교 공간혁신을 추진해왔다. 아예 학교 담장을 허무는 건 기본이고, 교실 벽을 가변형으로 설치해 언제든 교실을 합치거나 분리할 수 있다. 단절에서 소통으로의 변화, 이것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가는 통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자연스레 교사들의 협업으로까지 이어진다.

 소통과 협력은 공간혁신의 키워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학생이 있다. 그러기에 공간혁신을 건축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학교의 주체이자 실수요자인 교사와 학생들의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 그들이 공간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학교 공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과 논의를 통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들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교장실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갤러리나 독서카페, 음악 감상실 등으로 바꾸거나, 로비나 복도, 계단 등을 학생 친화적으로 만들어 휴식과 놀이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학교 운동장을 공원으로 꾸미고,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학생들이 푸른 하늘을 보며 사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강화 유리를 두르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영국의 건축·공간환경위원회가 발표한 ‘공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간이 좋아지면 범죄는 67% 감소, 환자의 회복속도는 27% 증가, 학생들의 학력은 10% 증진된다고 한다. 이렇듯 합리적이고 다양한 공간 구성은 긍정적 효과로 이어져 우리 학생들을 창의적으로 바꿀 것이다.

 학교 공간이 바뀌면 교육의 질도 달라진다. 공간이 생각을 바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혁신 없이는 결코 교육 혁신을 말할 수 없다. 공간은 놔두고 의식만 개혁하라는 태도로는 학교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틀에 박힌 학교, 권위적인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창의적인 미래교육은 공간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서거석<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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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0-09-17 13:01:05
정말 절실하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건축ㆍ도시공학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공간'의 중요성과 절대성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조건에 있습니다.
총장님의 의견에 약간의 조심스러운 점은 운동장을 공원으로 조성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의견에 대한 이해는 합니다만, 운동장 일부를 숲공원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으로 해야된다와 실내공간을 적극활용하여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확보가 절실하다라 하심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입니다.
공간에는 유형적 공간과 무형적 공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무형적 공간의 중요성도 간과해선 아니 되리라 사료됩니다.
오영일 2020-09-16 17:52:47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곳은 가정이 아닌 직장입니다. 우리 학생들도 같은개념 입니다. 지금껏 학교라는 공간은 공급자 인 학교가 일방적으로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시스템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공간에 대한 권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생각의 힘을 길러주고 창의성과 순발력을 키워주는 곳 입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교육된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사고를 기대하기에는 제한이 많이 따르게 됩니다.그러므로 하루빨리 공간혁신을 통해 4차산업 혁명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5차산업혁명을 이끌수 있는 능력을 배양 시킬수 있도록 지역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재 2020-09-16 13:26:28
저는 80년대생으로 이제껏 당연시여기던 일반적인 학교 구조에대하여, 다른시각으로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앞으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새롭게 깨닫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조계현 2020-09-16 13:23:57
매우 공감합니다
학교 환경이 그렇게 바뀐 모습을 상상해 보니
교육 내용이나 학습 방법도 실질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여
아주 흥분 되네요~~^^

새로운 리더쉽

많이 기대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