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안락사 논의가 필요할 때
적극적 안락사 논의가 필요할 때
  • 장선일 전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9.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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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인이 되면서 병들어 죽게 되는 이른바 4가지 고통이라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하늘의 뜻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생명의학의 발달과 함께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수명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연장되고 있어 100세 시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은 모두에게 있지만, 서글프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지속으로 약물이나 자가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계에 의존되어 연명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7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경뇌막 출혈상 환자가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는데, 보호자인 부인은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의사의 만류에도 퇴원한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사망케 하는 사건이 있었다. 분노한 환자의 동생은 부인과 의료진을 살인죄로 고발했고, 오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부인에게는 살인죄를, 2명의 관련 의사에게는 살인방조죄로 판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후 우리사회에서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가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른바 ‘소극적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만, 이 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하여 사망에 임박한 3가지 상태에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말한다고 하는 조건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적극적 안락사는 불치병 환자나, 매우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의식이 없는 환자의 삶을 단축하기 위해서 치사량의 약물 또는 독극물을 직접 투입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를 지칭하고, 소극적인 안락사는 질병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한 과정에 들어섰을 때 안락사를 수행하는 사람이 죽음의 진행과정을 일시적으로 저지하거나, 연명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회복이 불가능한 과정에 들어섰을 때 이를 방치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로 존엄사라고도 말하고 있다.

 소극적 안락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하지만,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캐나다, 콜롬비아, 포르투갈 등 7개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고, 이중 가장 먼저 그리고 약 4% 정도로 활발하게 적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로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일 국가로 주목을 받고 있고, 미국은 오리건 등 6개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상기와 같이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죽음에 대한 자신 및 타인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그만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의미만큼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9월 12일 299회 KBS ‘시사기획 창’에서 다룬 ‘감시받지 못한 약물’에 대한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요양병원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노인들은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노인들은 가족과 차단되어 원치 않은 향정신성 진통 및 수면약물이 과도하게 투입되면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같이 연명하기 위해서 지금 행해지고 있는 우리의 보건의료 실태를 보면, 충분히 죽음에 대해서 논의하고 가정 합리적인 방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안락사 문제는 윤리, 종교, 의학 그리고 법학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과거에서부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이르기까지 논쟁거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는 말기암과 불치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당사자나 가족 및 친지들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상황에 이르기까지 심각하게 고려하여 진정으로 선하고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 적극적인 안락사에 대하여 심층적 논의가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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