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을 찾습니다
선비정신을 찾습니다
  •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 승인 2020.09.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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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선비정신이란 말이 어디로 갔는지 눈에 뜨이지 않고 있다. 하기는 인간의 본능과 물질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현대에 와서 선비정신이란 명함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고 그에 따른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성장해 오고 있는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시대인데 그 앞에 선비정신이란 말이 얼씬이나 하겠는가.

 선비정신은 의리와 지조를 지키고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치 기준으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을 하는 서릿발 같은 기개는 필수 덕목이었다. 청렴과 청빈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에서 검약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정신이다. 선비는 시류에 영합하는 것을 비루하게 여겼고, 역사의식에서 시시비비의 춘추정신을 신봉했다. 서울대 정옥자 교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가치관은 지식인 사회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고 사회 저변에 확산하여 일반 백성도 ‘염치없는 놈’이란 말을 최악의 욕으로 알았다고 한다. 예의와 염치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 되었던 것이다.

 선비는 배운 것은 행동으로 옮길 때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아무리 입으로 거룩한 말을 해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면 비판하고 매도했다. 교묘한 말과 좋은 얼굴색을 하고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는 것을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하여 매도한 것이 학행일치의 조선 선비 사회였다.

 선비정신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이 있었다.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개인적인 일은 뒤로하는 것을 선공후사라 하고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부추기는 것을 억강부약이라고 했다.

 외유내강의 개성은 선비 인간형의 전형이었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누구에게나 잘 대해 주고 예의 바르지만 속으로는 강하고 심지 깊은 유형을 외유내강형이라고 한다. 위기에 처해서는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투철한 기개와 강인함을 갖고 있지만 사생활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 이것이 선비의 인간형이었다.

 선비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이기심과 욕망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서 모든 사람이 공존하고 공생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극대화시킬 때 인간은 남을 괴롭히거나 남의 생을 파괴하게 된다. 자신을 이기는 극기의 길이 곧 남을 존중하는 길이라 여겼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인 광속의 이 시대에 선비정신이나 찾고 있다는 것은 꼰대들이나 하는 얘기가 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할 말은 하자.

 요즘에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설치고 다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지도층에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설득하고 포용하기보다는 그저 잘하고 있다는 말로 넘어가거나 말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장면을 보다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아진다.

 살아가는 동안 문제들은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정치문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문제의 해결을 발견하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동안 다른 문제가 일어나 우리를 수렁에 빠뜨리곤 한다.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 이러한 순환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결코 우리 인생에서 문제로부터 영원한 해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깨어 있는 정신으로 정치의 질곡을 넘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에게만 맡겨서는 백년하청, 도래미타불이 빤하기 때문이다.

 이제 선비정신을 찾을 수밖에 없음을 슬퍼한다.

 선비정신, 당신을 찾습니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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