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호남연극제…코로나19의 냉혹한 현실 헤치는 연극인들의 몸부림
제21회 영호남연극제…코로나19의 냉혹한 현실 헤치는 연극인들의 몸부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13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조민철)가 주최·주관하는 ‘제21회 영호남연극제’가 16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영호남연극제는 영남과 호남지역의 연극예술의 교류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 간의 화합을 꿈꾸는 무대다. 전북의 관람객들에게는 타지역의 연극을 관극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전북, 광주, 경북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극단 4곳이 참여해 총 4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모든 연극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전면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인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동시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의 극단 자루는 16일 ‘#해시태그’로 연극제의 막을 연다.

 이 작품은 익명성 뒤에서 벌어지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해시태그
해시태그

 고등학교 시절 전교 1~2등을 앞다투던 수정과 한나가 그 주인공이다. 집안이 기울어 수능 시험도 치르지 못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든 수정과 집안도, 학벌도, 외모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한나는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날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수정의 삶이 180도 달라지게 되는데…. 연극은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누구보다 더 주목받고 싶고, 더 높이 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바라본다.  

 17일에는 극단 하늘의 ‘돈나푸가타, 여행’을 감상할 수 있다.

돈나푸가타, 여행
돈나푸가타, 여행

 이 작품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와 이를 치료해 주는 위로에 관한 이야기다.

 무대에는 견습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 정현과 보사노바 가수 나미가 등장한다. 같은 와인 라이브클럽에서 일하고 있던 두 사람은 나미의 제의로 회식 자리에서 도망 나와 정현의 집에서 와인을 마신다. 쌓여가는 와인 병의 숫자만큼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하던 중 정현의 고립, 소외, 차별로 가득했던 과거 얘기에 나미는 고통스러웠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광주의 극단 문화예술공방 바람꽃은 18일 ‘장자의 꿈-청년실업 VER.’을 올린다.

장자의 꿈
장자의 꿈

 30대 초반의 취업준비생 허영달은 집에서는 장남이라는 압박감과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리고, 여자친구와의 예전만 못한 성생활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도 그는 서류면접에서 떨어져 홀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자신의 인생을 탄식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들도 자신의 걱정을 한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민이 해결되나 싶은 찰나에 술과 함께 먹은 안주를 토해내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19일에는 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문화창작집단 공터다의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연극제의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정리해고된 40대 가장들과 그 아내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회풍자 코믹극이다.

아빠들의 소꿉놀이
아빠들의 소꿉놀이

 어느 날 실직을 당한 꾸부정은 집에 가지 못하고 놀이터를 배회하다 베테랑 실직자 대머리를 만난다. 둘은 동병상련의 처지를 위로하고 꾸부정은 다시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버티는 노하우를 대머리에게 배우게 된다. 꾸부정의 아내인 단발은 남편의 실직 사실을 눈치채지만 남편의 기가 죽을까봐 모르는 척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때마침 대머리의 아내인 파마에게 시치미 떼는 노하우를 전수받게 된다. 실직과 가족 해체라는 절망적 상황에 웃음과 사랑이 가득한 가족 이야기가 담겨 공감을 자아낸다.

 조민철 회장은 “올해 연극의 해를 맞아 기존과는 다른 형태와 규모로 꾸려볼 심산이었는데 실제로는 셧다운 상태인 공연예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투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며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이 제대로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상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인데, 전면 비대면으로 공연을 진행하되 실시간 중계로 현장성을 확보하고 기록과 보존으로 인한 전파력을 십분 활용해 접근의 용이성과 잠재관객 발굴을 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