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6 ‘추상의 온도’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6 ‘추상의 온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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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의 온도 전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이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전주F갤러리에서 여섯 번째 기획 시리즈로 ‘추상의 온도’展을 개최한다.

 백인백색은 예술 활동의 기반을 인문학적 사유에 둔 예술가들의 전시와 그 담론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연구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 동안 남양주 탐네갤러리에서 선보였던 내용을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보인다.

 김혜원 사진가의 기획으로 권은경, 김영경, 박성민, 이혜숙 작가의 추상 사진을 초대했다.

 전시는 조형 요소와 추상 원리를 확인하며 예술가들이 시각화한 추상의 온도를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권은경 작가는 6.25 전쟁으로 월남한 이들이 산비탈에 거주하면서 피란민촌으로 알려진 부산 감천마을에서 촬영한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공공미술프로젝트로 형형색색의 페인트가 입히고 벽화가 그려진 이곳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찾아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단절감, 고립감의 상징물로 이용되는 벽을 소재로 하면서도 벽면과 벽면 사이 혹은 그 관계에서 시각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색채와 문양과 질감을 찾아 그것을 파스텔톤의 온화하고 따스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김영경의 ‘The Underground-기계실’은 지하 공간 보일러실의 기계 구조에서 추상 패턴을 포착한 사진 작업이다. 그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계 장치들에서 절취한 직선, 동심원 등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반복적 패턴을 찾아 이를 회화적 화면처럼 보여준다. 지하 공간의 어둠 혹은 발광하는 인공조명 아래애서 서식하는 산업 사회와 도시 문명의 욕망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감지된다.

 박성민의 ‘오감도-후각’은 바다를 갈라 물길을 막고 육지와 섬을 연결한 새만금방조제에서 출발한 사진 작업이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새만금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박성민은 바다가 죽어가면서 내뿜는 비릿함을 소재로 후각을 시각화해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새만금에서 게, 해파리, 생선뼈, 깃털, 플라스틱병, 고무장갑 등 파도와 인간이 남긴 잔해와 흔적을 스트레이트하게 촬영하고, 2차 작업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한 암실 프로세스를 거쳐 촬영할 때 느꼈던 비린내를 시각화했다.

 이혜숙의 ‘몬드리안의 정원’은 식물원에서 촬영한 사진과 몬드리안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품이다. 그는 몬드리안의 추상을 계승하면서도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방향감을 지닌 식물 이미지가 갖고 있는 곡선 형태의 패턴을 찾아 이를 콜라주함으로써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을 구성한다.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배열되고 관리되는 정원의 실체와 자연을 모방하여 인공적으로 재현된 정원의 본질을 일깨운다.

 김혜원 기획자는 “4인의 사진가는 추상의 시각적 형태들을 상이한 조형 요소와 추상 원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감성에 맞는 추상 미학의 온도차를 보여주었다”며 “모두 현실 세계를 거부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현대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으로서의 추상을 추구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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