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형제
의좋은 형제
  • 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 승인 2020.09.10 17: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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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백로가 지나고 불어오는 바람결의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백로는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로 조상이 음력을 사용하던 때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절기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15일 전후마다 하나씩 등장하게 되는데 가을에 해당하는 절기는 입추 처서 백로에 이어 추분과 한로 상강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봄다운 봄도 느끼지 못한 채 유난히 긴 장마와 잦은 태풍의 여름도 오롯이 견뎌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분들에게 수고 많으셨다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실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의좋은 형제’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추수가 끝난 날 밤 동생은 ‘형님은 식구도 많은데 식량이 더 필요할 거야. 보내드려도 받지 않을 테니 몰래 가져다 드려야지.’ 이렇게 생각했고 형도 ‘동생은 새로 살림을 차렸으니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 텐데….’ 그래서 형과 동생은 밤에 몰래 서로 볏가리를 옮겨 놓았지만, 아침에 보니 벼가 조금도 줄지 않아 참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며 다음날 밤 형과 동생은 다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다가 결국은 서로 마주치게 되고 둘은 서로 한참을 얼싸안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로 조선시대 세종즉위 직후 전국에 효자 등을 찾아 보고하도록 하여 뽑힌 이성만과 이순 형제를 ‘호장’으로 칭하여 표창하면서 알려진 이야기라고 한다. 충남의 한 지역에서 이 이야기를 콘텐츠로 활용하여 지역축제로도 발전되었고 이들의 효행과 우애를 현시대에 재조명하기도 하고 있다.

 비슷한 이야기가 유대인의 지혜서로 불리는 탈무드에도 나온다. ‘옛날에 이스라엘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제는 둘 다 농부였는데, 부친이 죽자 부친의 재산을 나누어 갖게 되었다. 수확한 사과와 옥수수는 공평하게 나누어 각자의 곳간에 넣었다. 한밤중이 되자 동생은, 형님은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자신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형님의 곳간에 많은 양의 사과와 옥수수를 옮겨다 놓았고, 형은 자신은 자식이 있으므로 늙게 되면 아이들이 잘 보살펴 주겠지만, 동생은 미혼이니 나중을 위해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역시 옥수수와 사과를 동생의 곳간에 많이 옮겨다 놓았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있겠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일은 아름답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삶을 원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목표로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말씀하셨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야 하겠지만, 국민은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의무를 다했는지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시대 여러 가지 갈등이 여러 분야에서 표출되고 있는데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하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기중심적 사고(self-serving bias)는 ‘상황을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평가하는 사고방식에 따른 인지적 오류’로 미국 프린스턴대학 프렌티스(R. Prentice)교수는 정의하고 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주변의 모든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맞추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것은 맞고 다른 사람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중심적 사고는 모든 사고를 자기 위주로 하는 경향으로 유아의 인지적 특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보다는 이타적 사고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스승이 제자에게 새날이 언제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답으로 어슴푸레 동이 틀 무렵이라든지 바늘에 실을 꿸 수 있을 때라는 답을 하였는데 스승은 밖에 보이는 사람이 형제로 보일 때라는 가르침이 있다. 당신은 이웃이 형제로 보입니까? 의좋은 형제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재찬<군산대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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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0-09-11 03:08:21
유교문화 24절기 백로. 양력 2020년 9월 7일은 음력으로 7월 20일이며 이 날은 24절기로 따지면 백로(白露)입니다. 이 시기에는 밤 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고 합니다.유교경전인 예기 월령에서는 백로(白露)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백로(白露)가 내리고 쓰르라미가 울며 매가 새를 제사지낸다(涼風至 白露降 寒蟬鳴 鷹乃祭鳥).제철식품으로 포도가 있어서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도 합니다. 유교에서 가을을 주관하시는 신(神)은 최고신이신 하느님[천(天)]을 중심으로 하면서, 가을의 하느님이신 소호(少皥) 께서 다스리고 계십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