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천박’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만과 천박’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승인 2020.09.10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의사들의 집단휴진과 진료거부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아직 불씨가 남아있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로 시험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문제가 남아있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합의문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이 빠진 밀실합의’라고 비판하고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0일 가까이 진행된 이번 의사들의 행동에 대해 ‘오만과 천박’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 4대 의료정책(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을 반대하는 입장은 이해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자신의 이익에 반할 경우 누구든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대라는 정책적 논쟁이 아니라 의대정원 확대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제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 되었다. ‘전교 1등을 해온 의사, 성적이 한참 모자라는 공공의대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논리는 밥그릇 지키기를 넘어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도내 모 일간지 칼럼에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지역 현직의사의 글에서도 똑같은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전교 1등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의대만 간다고 아우성인데 숫자를 늘리면 이제는 2, 3등 하는 아이들까지도 의대를 지망할 것이 뻔한 데 왜들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천박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오만함은 정부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파업지도부의 극단적 강경노선이 문제이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추진 중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라는 내용 대신 ‘백지화’ 문구가 아니면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어느 집단이든 근본주의적이고 비타협적 투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구성원의 다수 의사를 반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강경론자들이 득세한 투쟁 대부분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가 많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정부의 백기 투항을 명분으로 투쟁을 지속하려는 것이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각각의 단체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수렴도 살펴볼 문제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대 학생회는 동맹휴학, 국시응시 거부 단체행동을 이어갈지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70%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국면에서 한발 물러난 것은 아쉽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강 대강 국면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면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두 잘한 것은 아니다.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정책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말고 다른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의사들의 반대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정국에 기대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고 의사들에게 빌미를 준 셈이다.

 공공의료 확대는 공공의대 신설과 인료인력의 확충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전문가를 비롯한 정책입안자들이 대부분 수도권 사람들이다. 지역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다 보니 막상 지역에서 엇박자 정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산어촌의 공공의료 실태를 놓고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경직성 정책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유동성 있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