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전북의 문화DNA
세계로 가는 전북의 문화DNA
  • 이상직 국회의원
  • 승인 2020.09.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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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월이면, 미국 유타의 소도시 파크 시티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지상 최대의 독립영화축제’ 선댄스 영화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쿠엔틴 타란티노부터 최연소 아카데미감독상에 빛나는 <라라랜드>의 데미언 샤젤까지,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예 감독이 할리우드 거장으로 성장하는 건, 이제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규모에서 선댄스 영화제는 단순 문화행사 수준을 진작 넘어섰다. 지역경제 기여효과는 2019년 2,100억원(1억8,250만달러)까지 증가했고, 행사 방문자만 12.2만명, 창출된 지역거주자 일자리 개수만 3천개가 넘는다. 문화산업의 파급력, 이른 바 소프트파워가 강화되는 추세를 볼 때 이런 경제효과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그저 비주류 영화를 소개하는 지역축제였다면, 오늘날의 선댄스 영화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선댄스’라는 영화 속 아웃사이더 캐릭터를 탈권위적인 독립영화의 이미지와 연결시킨 브랜딩 전략과 후원을 자처한 글로벌 기업의 자금력, 그리고 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전략, 자본, 행정의 완벽한 삼위일체야말로 선댄스의 숨겨진 성공요인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대규모 ICT 인프라 구축, 친환경 경제 전환을 주요골자로 하는 한국형 뉴딜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재정 110조원을 마중물 삼아 민간투자 50조원을 추가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신산업정책은 환영하지만, 문화 분야의 뉴딜정책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온라인 개인방송으로 대기업 연봉이 넘는 돈을 벌고, 프로게이머가 월드스타로 각광받는 시대다. 전북출신 청년기업가들이 세계적인 역사를 써내려가는 방탄소년단(BTS)의 경제기여도(추산치 약 56조원)는 평창올림픽 유치효과를 능가했고, 10월초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즉 ‘BTS공모주’의 시가총액도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최대 모바일게임기업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무려 16조원에 육박한다. 바야흐로 창작의 자유 보장을 넘어 경제효과까지 담보할 수 있는 문화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최근 10년간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왔다. 단순히 내수소비 진작을 넘어 국가 이미지 제고, 관광?문화 연계상품 활성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문화산업의 젖줄이 되어야 할 모태펀드의 문화계정 예산은 낮은 수익률을 이유로 국회에서 매년 감액 조정되고 있다. 문화산업에 대해 투자 개념이 아닌 지원 개념으로 접근한 결과에 기인한다. 선댄스 영화제의 사례에서 보듯 성공적인 문화정책은 민간과의 교류 증진,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 등 문화산업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건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선댄스 영화제’로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 전주영화촬영소에서 60% 정도 완성한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주요 부문을 휩쓸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화?콘텐츠 정책의 미래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문화적 다양성 보장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 자본, 행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전북인의 감성이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임을 확신한다. Post BTS, Post 기생충, Post 넷마블을 발굴·육성해 나가는 전북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이상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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