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 난상토론(烟商討論)
[바른 우리말 산책] (2) 난상토론(烟商討論)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09.07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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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문자가 주는 인상과 그 뜻이 전혀 다른 경우들이 많다. 난상토론도 그런 경우의 하나다. 보통 난상토론은 주제도 논점도 없이 엉망인 토론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난’자를 어지러울 ‘난(亂)’이나 ‘난장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알고 있는 뜻과는 전혀 다른 ‘난상토론(爛商討論)’이라 쓴다.

  이 때 ‘난(爛)’은 문드러질 ‘난’이다. 본래는 불길이 다하여 꺼지기 직전에 더욱 밝게 빛난다하여 ‘빛나다’는 뜻이었다. 또한 불에 데어 문드러진 모양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서 뜻이 확장되어 고기나 과일 등이 ‘익었다’는 뜻도 있으며, 더욱 확장되어 ‘익숙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난상토론(爛商討)’에서는 익숙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상(商)’은 보통 ‘장사’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장사를 하기위해서 셈을 해야 하므로 ‘헤아린다’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서 헤아린다는 것은 ‘많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구양수가 글을 잘 쓰려면 다독(多讀-많이 읽고), 다작(多作-많이 쓰고), 다상량(多商量-많이 생각한다)라는 뜻에서도 나온다. 따라서 난상토론(爛商討論)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익숙하게 많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뒤엉켜 함부로 떠들거나 덤벼 뒤죽박죽이 된 난장판 토론과는 거리가 멀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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