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들에게 간청 합니다”
“나쁜 사람들에게 간청 합니다”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 승인 2020.09.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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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지난 반백년의 세월동안 매 순간 신앙생활에 충실해지려 노력해왔다. 봉사를 직업처럼 보냈던 세월은 참 보람찼다. 나 자신의 평안보다는 남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던 시간도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이 믿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화가인 필자의 신앙은 창작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캔버스 앞에 앉으면 습관처럼 기도부터 한다. 인간의 눈과 마음이 아닌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그릴 수 있도록 나의 손과 감정을 주관해달라고 기도한 후 붓을 잡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필자의 입에서 ‘나쁜 사람들’이란 말이 자주 튀어나온다. 스스로 섬뜩 놀라기 일쑤다.

 최근 연일 세자릿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제2의 확산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하다. 집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 ‘집콕족’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게들은 손님 구경하기가 어렵다. 버티다 못해 가게를 접는 소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불안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는 이른 바 ‘나쁜 사람들’이 매일같이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부 종교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언행 때문이다. 지금도 어두운 곳에서 방황하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기 위해 기도하고 수고하는 종교인들이 많다. 그런데 일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목회자와 집단들로 인해 이들의 기도와 선행이 일반적 비난에 묻혀버리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신천지로 촉발된 ‘코로나 불안’, 사랑제일교회와 8·15광복절 집회로 코로나 불안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목회자의 막무가내식 언행과 교회의 독선적인 행동이 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그래서 인지 ‘코로나 전파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을 정도다. 필자의 입에서 ‘나쁜 사람들’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보건당국도 ‘나쁜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코로나 정국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시점에 ‘4대 의료정책’(의사수 확대(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료대 설립,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 원격의료제 도입)을 내놓은 것은 행정의 미숙함을 여실히 드러낸 한 단면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 된다. 당연히 ‘나쁜 사람들’이란 말이 튀어나온다.

 의사협회 회장과 집행부도 ‘나쁜 사람들’이다. 필자는 그간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고마운 사람이자 지성인 집단으로 알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된 이익집단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적어도 지성인집단이라면 ‘4대 의료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합리적 데이터를 생산해 논리적으로 대정부, 대국민 설득작업을 선행했어야 한다. 감성적 사고를 하는 예술가인 필자가 이렇게 생각할진대 일반국민은 얼마나 더 웃을까 싶다.

 더욱이 의료계에 실망한 것은 이미 기득권의 단맛(?)을 안 기성의료인과 개업의들은 뒷전에 있고 ‘의료계 파업’이란 구호 아래 이른 바 ‘총알받이용’으로 전공의와 국시를 코앞에 둔 의대생들을 전면에 앞세운 작금의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다.

 필자는 나쁜 사람들에게 간곡히 청한다. 의대생들은 학교로,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대신 의대교수와 개업의 등 기성의료인들이 정부와 대화하기를, 또 종교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국민의 생명보호와 국민 평안을 위해 각자 기도하고 봉사하기를….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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