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과 불교의 아픔 예술로 승화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금산사에서 열려
제주4·3과 불교의 아픔 예술로 승화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금산사에서 열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3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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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항쟁 72주년을 맞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불교계의 피해 실태를 알리는 기록물과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열려 주목된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순회전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는 (사)제주4·3 범국민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가 지난 2017년부터 기획, 순례와 답사를 통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제주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전무해 더 이상 묻어 둘 수 없다는 공감이 더해져 세상 밖으로 꺼내진 이야기인 것.

 16일까지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바통을 잇는 전시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부, 금산사, 제23교구 신도회,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등의 후원을 통해 마련됐다.

 전시회를 이끌고 있는 제주 관음사 허운 주지스님은 “70여 년 전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함께 지옥 중생을 보살피고,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기 위해 전시를 하게됐다”고 밝혔다.

 금산사 일원 주지스님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와 함께 미래통합당에서도 4·3특별법 개정안 발의 움직임이 있어 시의적절한 행사로, 4·3의 진실을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발원했다.

전시에서는 이수진(회화), 윤상길(도예), 김계호(사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수진 작가는 70여 년 전 제주의 주요 식량 작물인 보리를 소재로 야만의 역사와 아픔을 작품에 담는다. 4·3당시 공권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자라난 숨비기나무 열매를 채취해 보릿대를 염색해 4·3의 아픔을 표현한다.

함께 선보이는 ‘상생의 종’은 4·3당시 해안가 사찰에 있던 종으로, 무장대가 산으로 옮긴 후 산에서 산사람들과 함께 예불을 드리는 등 함께하다 4·3항쟁이 끝난 후 다시 해안 마을로 돌아온 종을 작품화한 것이다. 환란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윤상길 작가는 제주라는 섬에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쫓기고, 숨고, 죽임을 당한 넋을 위로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업 전 기도와 명상을 통해 받은 느낌을 토대로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해 중생구제가 화두였던 스님들의 ‘순교’ 등을 표현하며 극락왕생 발원을 기원했다.

 4·3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한 김계호 작가는 4.3 현장을 순례하며 기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이 고통을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암흑과 촛불로 부처님의 자비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했다.

이수진, 김계호 작가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4·3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해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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