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
  • 민경진 K-water 금강유역본부장​​​​​​​
  • 승인 2020.08.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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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안사위(居安思危)’이란 말이 있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로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유사한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와 예상치 못한 변화에 놓여 있다. 군인이나 경찰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에서부터 회사, 심지어 가정에서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가정에서는 여러 종류의 보험에 가입하고, 비상 구급의약품을 구매하고, 비상용 랜턴과 부탄가스, 심지어 라면까지 준비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하여 미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출입자명부 작성과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이런 준비가 있어야 만약의 경우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다.

 오늘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조직은 조직에 위기가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방안을 미리 검토하여 상황별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K-water도 마찬가지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위기는 사전준비하고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이 시급한 위기인 줄 알면서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어야 대응이 가능한 위기의 경우 시간과 비용 둘 중에 하나만 지연되어도 적절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바로 130만 전북도민의 식수원인 전주권광역상수도 복선화 문제이다.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공공재이다. 가스와 전기 같은 다른 공공재의 경우 환상망(loop)으로 구축되어 있어 시설을 점검하거나, 한쪽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회공급이 가능해 공급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가스, 전기와 달리 대체재가 없고 생명과도 직결되는 우리 지역의 물 공급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용담댐 물을 정수 처리하여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 서천 등 6개 시·군 130만 명에게 공급하고 있는 전주권 광역상수도는 하나의 관(단선관)으로 공급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주권 광역상수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체할 방안이 없어 단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상수도시설 기준(2010, 환경부)에서도 용수를 중단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관로의 복선화 또는 네트워크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물 공급 안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을 겪은 호주에서는 관망복선화를 통해 하나의 상수도망으로 연결되는 공급체계를 갖추었고,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도 블록시스템을 도입하여 재해, 사고 등으로 인한 용수공급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망시스템을 재정비하였다. 우리도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는 광역 상수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복선화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고 그 필요성이 분명하다.

 관로 복선화를 하게 되면 수돗물을 공급할 대체 수단이 확보된다. 이는 다시 말해 시설물 상시점검 및 유지관리가 가능해지고, 관로사고 발생에도 단수없이 복구가 가능하여 대규모 단수 예방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복선화된 관을 통해 물 공급 능력이 향상되어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인근 지역에 사고가 발생하여도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감에 따라 양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어 하는 국민적 욕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시스템으로는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이다. 물에 대한 대체품이 없다면,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사고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여러 대상이 상호연계 된 상태를 의미하는 ‘넥서스(Nexus)’라는 단어처럼 국민과 정부와 K-water의 물 공급 시스템은 수도관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제는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이다. 전주권 광역 복선화사업 성공을 통해 내 집 수돗물을 마음 편히 사용하게 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민경진 K-water 금강유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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