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이끈 상생연대의 힘
전주시가 이끈 상생연대의 힘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0.08.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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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재유행이 시작됐다. 반년 가까이 이 전염병에 대항하느라 전세계가 고군분투했고, 모두가 주목하고 칭찬했던 K방역 덕분에 이제 곧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던 찰나였다. 이러한 모두의 수고를 비웃듯 코로나는 다시 우리의 일상을 무참히 파헤쳐 놨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2,370만명을 넘어섰고 그 중 81만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안정세를 보이던 확진자수가 지난 8월 15일을 기점으로 빠르게 늘어났고 비교적 청정지역이었던 우리 전북도 n차 감염이 퍼지면서 40여명이 급증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이들 외에도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전염병으로 일상적 경제활동이 타격을 입으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최근 극단적 사례로 미국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가장이 먹고살기가 막막해 가족 4명을 무참히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이 전해진 바 있다. 참담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7월 실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4만1,000명 늘어난 113만8,000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1999년 7월 이후 같은 달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0.1%포인트 오른 4.0%를 나타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임시·일용근로자는 594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43만9,000명 줄어 고용상황이 불안정한 가구가 일자리를 잃어 소득절벽에 빠졌다는 점이다.

 특히 임시·일용근로자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전년대비 감소폭이 커 올해 1월 9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2월에는 12만명 감소했다가 3월에는 59만3,000명으로 감소폭이 5배 가까이 뛰었다.

 실직자의 소득절벽은 가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이 붕괴하면 지역사회가 흔들리고 나아가 국가 존립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가계 소득절벽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전주시에서 시작한 ‘해고 없는 도시’사업은 인간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마지노선과 같다는 생각이다. 해고 없는 도시 사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시민의 삶의 터전인 일자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 지역사회 모두의 상생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요식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3차에 걸쳐 809곳이 동참했고 참여업체는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우리 전북은행도 500억원 규모의 고용유지 특별지원금을 조성해 상생협약을 맺은 기업들을 지원하며 동참하고 있다.

 경영난 속에서도 감원 대신 휴직이나 일시 휴업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거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될 수 있다. 전주시가 전주시의회,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계, 유관기관, 금융권 등과 함께 해고 없는 도시 선언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근로자와 기업, 나아가 도시의 미래까지도 지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터는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직결되어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이 있어야 입고, 먹고, 살 곳의 문제가 해결된다. 해고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상생 연대는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 안에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위축된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어려울 때 함께 있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으로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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