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도 큰 감 고르기에 정신없다면
위기 속에서도 큰 감 고르기에 정신없다면
  •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 승인 2020.08.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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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장마에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일어났고, 때맞춘 듯 코로나 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8월 15일 이후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의 관련 확진자가 10일 이상 300명에 가까운 수치로 늘어나면서 우리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졌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의 주최 측도, 사랑제일교회의 그 누구도 일말의 참회와 반성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정부와 대립하고 있고 이를 지켜본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다.  

 지금은 ‘생활 속 거리 두기’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아주 위중한 상황이다. 누구보다도 코로나 확산의 위험을 잘 이해하고 그 확산 방지에 노력했던 의사들까지 집단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21일부터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집단 휴진하였고, 26일에는 전공의와 개업의까지 가세하는 등 의료파업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야당과 보수언론까지 나서서 이들을 옹호하는 듯한, 의료파업을 거드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이 악재가 겹치는 꼴이 되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진 꼴이 되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당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 정부와 여당이 중차대한 현안 앞에서 방향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광화문 집회나 사랑제일교회 관련한 사람들이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고 숨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 지도부는 음모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난국에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고 있으니, 최근 정부의 상황은 ‘설상가상(雪上加霜)’과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꼴이 되었다.

 필자는 의사들이 왜 파업에 나서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른다. 그냥 단순하게 밥그릇 지키는 행동으로 보였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들이 이런 집단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기 앞에 큰 감을 두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하더라도 국가적으로 엄중한 위기상황인데, 이런 행위가 노리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정부에서 빌미를 준 탓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퇴치에 정신이 없는 의사들을 이런 시기에 자극할 필요가 있었는지, 명분과 목적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그 부분은 좀 아쉽다.

 정부에서는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돈벌이가 되는 분야에만 의사들이 몰리는 것을 막고, 그 전공 분야를 다양화해서 양질의 의료행위를 하려면 공공의료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러면서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OECD의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의사 수가 OECD 평균 대비 65.7%, 의대생 수는 58%에 그친다는 것, 그래서 OECD 평균에 맞추려면 약 5만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의사협회에서는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아서 농산어촌의 환자들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 수가 늘어난다 해도 수입이 좋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 심해질 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보건의료 정책은 장기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의사들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비급여 및 상업적 의료행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상대적으로 소위 ‘내외산청’ 즉 내과, 외과, 산부인과, 청소년과는 외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의사가 특정 분야에 몰리는 것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어렵게 할 것이다. 논쟁거리가 될 만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의료파업은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아무리 자신들의 주장이 옳고 타당할지라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의료대란의 위기상황이다. 지금도 많은 의사가 제대로 휴식도 갖지 못한 채 코로나 확산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 삼아 파업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타깝다. 그들의 주장이 설사 절실하고 당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작금의 상황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소아적(小兒的) 행위 이상이 될 수 없다.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행동은 대부분 일방적이다. 정책 또한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한쪽을 거들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서운하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다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억눌린 약자와 소외된 소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인지를 따지면 된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논의했으면 좋겠다.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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