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모습들을 정리하고 꿴 이야기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
현대미술의 모습들을 정리하고 꿴 이야기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8.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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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현대미술’을 프리즘처럼 풀어내는 이야기가 책이 되었다. ‘속 뜨거운 미술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내게 미술은 치열한 휴식이었다’라는 말로 시작한 문리(53) 작가가 들려주는 현대미술 이야기다.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출판하우스 짓다·1만8000원)’은 현대미술의 복잡함에 대한 학술적 해설이 아니라 근대사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람들이 마주해 온 사회현상들을 미술과 글로 톺아봤다. 문리 작가는 머릿말에 “필자가 세상 속에서 마주하고 나눈 독백의 기록이자 성찰하는 방백”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인 ‘새벽이 온다’는 사회의 문제들과 현대 미술의 접점을 세밀화와 크로키의 사이로 채웠다. 군산항 개척과 식민지 시기, 흥부전과 현대미술 강의, 국회의원회관의 패러디 그림과 예술가 블랙리스트·반달리즘, 동학농민혁명, 욕망 긍정의 사회문화, 박근혜 탄핵 등으로 현대와 미술이 어떤 접점이 있는지를 돌아본다.

 2장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일하면서 전시 기획, 관객을 마주하면서 한 생각, 현장 미술가들의 생각과 고민을 담았다. 미술가들의 초라하고 궁색맞은 순간들과 그럼에도 예술을 끊임없이 파는 예술가들의 모습, 예술과 자본과 권력이 어떤 식으로 결탁하는가, 현대미술을 어떻게 감상하는가 등을 담았다. 특히 옛 미술가들이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 다방에서 전시를 하는 모습과 새를 좋아한 화가 하상용에 대한 에세이는 미술인들의 모습과 역사를 짚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3장인 ‘변방의 파토스’는 문리 작가가 ‘아시아 지도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고한 글을 정리했다. 아시아가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한국과 아시아의 연결성이 왜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는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닌 ‘전북 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움직임이다. 북경과 인도네시아, 아시아 여성미술가들, 아시아 현대 미술 등을 준비하고 개최하며 전북 현대 미술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4장인 ‘동시대 한국화 화해성(和諧性)에 대한 연구’는 미술 연구 내용이다. 이 화해(和諧)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진다’라는 의미다. 작가는 ‘동양사상의 기반 위에 동·서양의 표현기법을 혼용하고 수렴한 융합적인 회화’를 화해회화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급격하게 서구미술에 경도되어가는 현재의 문화 현실에서 전통회화가 우수하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 접점 속에서 동서미술이 혼재하는 현실을 만들자는 것이다. 화해회화에서는 먹, 연필, 아크릭칼라 등 다양한 매체를 토대로 ‘동양적 여백’, ‘서구 근현대적 표현 방식’등이 혼재한다. 서양에서 사과와 동양에서 사과의 의미는 다르지만, 화해회화에서는 사물에 대한 의미 역시 공존한다.

 문리 작가는 책을 쓰면서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다소 거칠고 삐거덕거리는 서술이 많지만, 지난 시간의 미술적 열정과 진솔한 행보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세상 속에서 마주하고 나눈 독백의 기록이자 성찰하는 방백이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어 “다소 어려울 수 도 있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분명하게 펼쳤다”고 말했다.

 문리 작가는 전북 정읍 내장산 달빛마을에서 태어나 전라중학교와 동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과 베이징 쑹좡현대미술문헌관 학술위원, 미술가 및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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