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 개인전 ‘한지를 짓다’…한지 줌치 기법으로 한지의 물성과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
정은희 개인전 ‘한지를 짓다’…한지 줌치 기법으로 한지의 물성과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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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작 - 파랑

 ‘만들다’는 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낸다는 뜻이다.

 여기, 만들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비슷한 의미의 ‘짓다’라는 단어에 집중한 작업을 펼쳐보이는 작가가 있다.

 밥을 짓다, 옷을 짓다, 집을 짓다, 시를 짓다 등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모름지기 수많은 노력과 정성, 시간이 필요한 과정을 이야기한다는 것. 만든 이의 손맛을 통해서만 오롯이 전달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정은희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 ‘한지를 짓다’가 26일부터 3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는 한지 줌치 기법으로 한지의 물성과 조형성을 강조한 한지조형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한지 몇 장을 겹쳐서 주무르고 비비고 풀어주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단순하고 지루한 과정의 연속일 수 있으나,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결과물로부터 얻는 기쁨은 형언할 수 없다는게 작가의 이야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슷한 듯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유일성(唯一性)을 지닌 새로운 종이가 탄생하게 된다. 손맛이 깃든 수제 한지는 작가가 느끼고 표현하는 내면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에 충분한 그릇이며 빛나는 조형 언어가 된다.

 작품 제작은 전체를 온전히 파악하고 과정마다 뚜렷한 신념이 필요하며, 끝이 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에 강한 집중력을 요한다.

 이는 재료와 기법을 인식하고, 내면의 의식 세계를 통해 종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시간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작가는 한지를 손에 쥘 때마다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옷을 지어 입었던 우리 조상들의 손맛과 같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상념을 짓는다.

정 작가는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한지미술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정은희 한지갤러리 대표, 예원예술대학교 한지공간디자인 객원교수, 경기도 ‘꿈꾸는 한지연구소 꿈의 학교’ 대표, 전주 한지조형작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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