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고]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소고(小考)
[선거기고]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소고(小考)
  • 신상호 전주시 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 승인 2020.08.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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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해서 대법원이 최근에 주목할만한 판결을 선고했다. 앞으로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어떤 측면에서 심리를 해야하는지 사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선거와 국민주권, 표현의 자유 등 우리가 지켜야할 헌법적 가치에 대해 의미있는 성찰을 담고 있어서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공방을 통해 유권자는 각 후보자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고 토론회의 즉흥성을 감안하면 후보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것을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을 구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않고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들은 나중에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두려움이 생기면 후보자 스스로 자기의 생각과 말에 검열의 족쇄를 채우게 되고 이는 심적인 제약으로 이어져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에 좌우되면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선거의 결과가 사법기관의 판단으로 바뀌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가치에 어울리고 정치의 사법화를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표출되고 이에 기반해 권력을 창출하는 현재의 정치체제에서의 정치적 행위는 여론 시장에서 평가를 받은 뒤 호응을 얻거나 도태되는 것이다. 즉, 선거 과정에서 나온 표현들의 시비는 유권자의 시선으로 판단해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본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법률에 의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이다.

 반면에 토론회는 미리 준비를 해서 하기 때문에 즉흥적인 것이 아니고, 사법부가 선거 결과를 바꾸는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법 소극주의에 매몰된 것이며, 허위사실의 공표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토론회의 파급성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위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사법적 결론과 무관하게 이 판결에 대해서 국민들 각자 다양하고 상반된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이를 존중한다.

 이번 판결을 통해 보호받는 표현의 자유와 그렇지 못한 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숙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선거는 계속되고 평가의 주체는 최고 법규범 헌법의 제정권력인 바로 당신, 국민이기 때문이다.

  신상호 <전주시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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