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대학 교육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대학 교육
  • 김동원 전북대학교 총장
  • 승인 2020.08.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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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 발생될 때다. 우리 대학에서는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원할 경우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전수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학생들은 지역 차별이며, 해당 지역민을 보균자 취급한다며 반발했다. 당시 대학 본부는 비용과 인력이 소요됐지만, 생활관 학생들의 안전과 캠퍼스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언론보도는 대구·경북 학생들의 볼멘소리를 보도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학의 조치를 지지하며 반드시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댓글이 폭주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차 대유행을 염려할 지경이다. 지난 학기 비대면 교육을 했던 대학들은 이번 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학기와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 최근 정부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이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 효율적인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대학 사회는 긴밀하게 협력하고 고민할 때다.

 현재 국립대학끼리는 취득 학점이나 신청 인원에 제한을 두면서 학생 교류를 시행 중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대학 간 학생 교류는 대학 당 20여 명 수준이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까닭에 거점 국립대학 간 학생 교류는 원활한 편이다. 이 같은 이점을 살려 거점 국립대학 간 학생교류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출신 지역 혹은 실제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수강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에 취득한 성적이나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교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전북대 학생들은 등록은 전북대, 수업은 경북대에서 받는다. 거주 지역에서 수강할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또 일부 과목만 거주 지역에서 수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컨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더라도 실험실습은 실험실에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실험실습 교과목은 거주지역 소재 대학에서, 나머지 과목은 등록한 본교에서 비대면으로 수강하는 것이다. 아직은 많은 대학에서 본교와 타 대학에서 동시 수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문턱만 없앤다면 학생들은 학점교류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불편할 경우 서울에서 강의를 들으며 한 학기를 보낼 수 있다.

 몇 가지 선결되거나 우려되는 사항도 있다. 우선 성적평가 방식을 절대평가 또는 Pass/Fail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성적에 대한 염려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어느 한 대학으로 학생들이 집중될 경우를 대비해 강의실 및 강사 확보, 강사료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실험실습에 필요한 예산지원도 가능해야 한다. 걱정하며 주저하기보다 우선 실행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학생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학점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국립대학이라도 현재 수업 형태는 다르다. 주당 3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월, 수, 금 1시간씩 강의하거나 월요일 2시간, 수요일 1시간으로 하는 학교도 있다. 또 월요일 1.5시간, 수요일 1.5시간 패턴도 있다. 따라서 대학 간 수업 패턴을 단일화하면, 온라인 강의를 통해 많은 수업을 공유할 수 있다. 전체 패턴을 통일하기 힘들면, 우선 월요일과 수요일을 단일화하고, 단계적으로 학점 교류를 확대하면 된다.

 국립대학은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학생 이동을 최소화하고, 학기와 학점 교류를 강화한다면 특정 지역 학생들을 전수 검사할 필요도 없다. 나아가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따른 질적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다.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까지 참여하는 학생 및 학점 교류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대학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 교육은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도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김동원<전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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