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순둥이
돌아오지 않는 순둥이
  • 김재성 전주시 금상동
  • 승인 2020.08.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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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우리집 터줏 길고양이 묘순이와 그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새끼 순둥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묘순이가 두 번에 걸쳐 낳은 새끼들이 모두 죽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불쌍한 녀석이 세번째 낳은 새끼들 중 가장 작은 녀석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길고양이 주제에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1주일째다.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처럼 있을땐 거실에서 기거하며 변을 못가려서 이불에 볼일을 보는 바람에 매일 빨래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녀석의 마지막 눈망울이 눈에 밟힌다며 걱정한다.

 순둥이의 애미 묘순이는 지 새끼의 부재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그져 시간만되면 밥달라고 시위고, 어느새 다시 새끼를 뱃는지 배가 불뚝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유일한 새끼 순둥이의 부재에 대해 관심이 없는듯 보인다.

 불쌍한 묘순이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제일 허약하고 병에 걸려 언제 제 형제들처럼 하늘나라로 가도 이상할 것 없는 녀석이 기특하게 살아남아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순하게 사람을 따르던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간후 돌아오지 않는다.

 몇년전 또 다른 길고양이 새끼 화살이 처럼 이녀석도 지 본능에 충실해 집에 돌아오지 않고 밖으로 자산의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인지 녀석에게 사랑을 준 존재의 걱정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는듯 하다.

 그러나 집에서 고령으로 몸이 안좋으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마에 비맞을까 걱정, 요즘의 뙤약빛에 시달리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그러면 나는 길고양이의 본능은 아무도 못말리니 예전의 화살이 처럼 집나간 녀석은 돌아오지 않으니 이제 걱정은 접으라 말하고 애써 화재를 돌려버린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순둥이를 걱정하고 또 지집처럼 드나드는 다정이와 때가 대면 와서 밥달라고 시위하면서 자존심은 강한지 사람의 손길은 극구 회피하는 묘순이를 불쌍히 여겨 어제도 고양이 사료를 사들이셨다.

 김재성 / 전주시 금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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