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 인향만리(人香萬里)
시시각각 / 인향만리(人香萬里)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0.08.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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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다. 한자를 풀이하면 “꽃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 라는 말로 풀이 된다. 이 말은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원은 향기나는 이웃을 빗대서 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향기나는 사람은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 한다고 할 수 있고 향기중에 사람의 향기가 가장 향이좋고 아름답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향기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서면 더욱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뜻대로 되진 않는다. 본인 스스로 도취해 맡는 향기는 진정한 향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향기가 난다는 것은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음미할 때 진정한 향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향기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향만리라고 했는데 사람의 향기는 그만큼 넓고 멀리간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의 향기속에는 그 사람의 인품과 배려와 사랑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하여 그 사람의 향기가 끝없이 퍼져 나가는 것이다.

 사람에게 향기가 없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증이다. 즉 세상을 의미 없이 살아가며 자기 주관적 생각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과 같다. 사람들은 모두가 본인이 향기나는 사람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행동하고 살 것이다. 마치 나만 향기나는 사람인냥 행동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꽃과 술의 향기는 코끝으로 향기가 전해지지만 사람의 향기는 무색무취하며 사람의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본다. 그 향기는 단시간에 생성될 수 없다. 오랜 시간 주변을 배려하고, 따뜻한 인성을 가지면서 도덕적 규범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해 왔을 때 은근한 향기가 자신도 모르게 배어 있게 될 것이다.

 향기가 없는 사람은 타인보다 자신만을 우선하는 이기적 행태의 삶을 살아왔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이에게는 인생을 논하며 살아갈 벗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아마도 이런 부류들은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는 인식도 자각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아도취에 심취해서 본인만이 향기나는 사람으로 착각한다. 특히 나이들고 권세에서 멀어지면 더더욱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최근의 모 정치인도 향기나는 꽃이었기를

 바랬지만 한때의 잘못된 생각으로 저지른 일이 평생뿐만 아니라 그 후대 대대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보았을 때 안타까움을 금 할길 없었다. 평생을 쌓아온 향기를 모질게 다가올 역겨운 향기를 맡기 싫고 향긋했던 본인의 향기를 잃을까 두려워 끝을 본 것을 아닐까 싶다. 꽃과 술은 지고 마셔버리면 향기가 없어지지만 사람의 향기는 죽어서도 향기를 품고 있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상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나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타인의 입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미래의 향기나는 사람보다는 현재의 이익에 흠취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내가 옛날에 그랬으니까 지금도 그렇게 해도 되는 냥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경박한 언사를 내뱉는 사람은 스스로 향기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요즘 언론을 통하여 접하는 청문회를 보면 문뜩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저기에 앉아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향기 있는 사람일까? 향기는 향기로되 사람의 향기가 아닌 향수를 뿜어내는 인위적 향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세상은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다. 누구든 나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자신이 했던 생각과 행동 역시 자신이 평가하는게 아니라 이를 본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조직을 떠나서도 소속됐던 조직원들이 자기 말을 잘 안들어 준다고 서운해 하면 안 된다. 자신이 한만큼 돌아오게 돼있고 후대 자식들도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사람의 향기를 억지로 몸에 묻힌다고 그 향기가 살아있진 않을 것이다. 인향(人香)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돈과 권력앞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쉽게 사라지지만 사람 냄새가 좋아 모여든 이들은 영원하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신독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약력 : ▲전 전주시 복지환경국장(부이사관) ▲전 전주시 완산구청장 ▲현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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