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작가…따뜻한 분위기로 다가온 ‘융합의 서곡’
김용수 작가…따뜻한 분위기로 다가온 ‘융합의 서곡’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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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전 만났던 나무의 음성은 분명히 차가웠는데, 15년 후 다시 만나게 된 그 나무의 음성이 따뜻하다.

 문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독특한 작업관을 보여주었던 김용수 작가가 실로 오랜만에 작품전을 선보여 주목된다.

 16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융합의 서곡#-Ⅱ’전이다.

  김 작가는 지난 2011년 김치현 청년미술상 수상전 이후 9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다. 다시 깨어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시간이다.

 김 작가도 “9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되니 많이 떨린다”며 “지난 시간 여러 일들이 있었고, 여건이 맞지 않아 이러다 작업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작가로서 실패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깊었다”고 오랜만의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오랜만의 만남인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을 터. 미술관 1,2층에 걸린 총 35점의 작품에는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의지가 담겼다.

 ‘융합의 서곡’은 지난 2005년 20대 후반의 한 청년이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지역 미술계에 던졌던 화두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가는 나무를 마주한 청년 작가는 삶과 죽음, 상처와 치유 등 상반된 주제를 작품 속에 담았다. 당시 표현된 나무의 형태는 추운 겨울 혹은 이른 봄의 풍경처럼 매우 차가웠다. 고무 호스를 머리에 연결시켜 자신이 직접 죽은 나무가 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지역미술계에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던 그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다시 꺼낸 ‘융합의 서곡’에는 화창한 봄빛이 들었다. 분명히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스피커와 시멘트, 전선, 반도체 등 기계문명의 잔재들을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는데,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른 것은 세월의 탓도 있을 터다. 화폭 속 매화도 만개했다.

 그의 손을 거친 문명의 잔재들이 꽃을 피워 내는 나무로, 하늘을 훨훨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듣기까지 우리에겐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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