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의 인물들이 깨어나다…널마루무용단 ‘연향의 터’
전라감영의 인물들이 깨어나다…널마루무용단 ‘연향의 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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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사 납시오.” 그 순간, 전라감영의 인물들이 깨어난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전북은 물론이고 전남과 바다 건너 제주까지 관할했던 관청이었다. 감영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히 관찰사. 임금 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관찰사가 집무를 보고 활동했던 공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터다. 관찰사의 일생을 화려한 춤으로 표현한 무대에서 조선시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전주의 옛 명성을 추억해 본다.

 널마루무용단(대표 장인숙)은 16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창작무용극 ‘연향의 터’를 올린다. ‘2020 전라북도공연예술페스타(JBPAF)’를 통해 발표된다.

‘연향의 터’는 전라감영의 성공적 복원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전라감영 관찰사의 일생과 진찬, 연희 장소인 전라감영의 선화당과 객사 등을 배경으로 정악과 아악 그리고 정가와 판소리에 춤을 얹어낸다.

 총 3막 3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관찰사의 발자취를 통해 춤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제주까지 관찰한 전라감영에는 늘 진찬의례와 향연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은 감영 내 관찰사, 군상, 예인들의 모습을 연상하며 스토리를 엮는다.

 당시, 전라감영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작업부터 흥미롭다. 관찰사의 12대손이 전라감영 복원 준공식에 참석차 전주를 찾으면서 과거 회상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프롤로그 장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게 객석은 16세기 말, 전라감영으로 초대된다. 전라감영에서는 그간 거둔 세수(稅收)를 자찬하는 진찬을 내아에서 기방예인들이 준비하고 있다. 관찰사가 휴식을 취하는 연신당에서는 교방 무고춤, 정가와 정재무 등을 담은 화려한 연회가 베풀어진다. 연회를 마친 관찰사는 동짓날 진상(進上)을 가지고 한양으로 올라간다.

 이어 2막은 총 3장으로 구성돼 관찰사와 한 소녀의 연정이 줄기다. 상경 도중 우연히 들린 수원 주막에서 한 소녀의 한 서린 살풀이 춤을 보게된 관찰사는 선정을 베풀고, 소녀는 수절과 자유의 춤을 선사한다. 시간은 흘러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관직이 박탈되는 힘겨운 시간을 거치게 되고, 잊고 있던 주막집 소녀와 이름 모를 노인이 조우한다. 이들은 부채춤과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를 추며 논다.

 3막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관찰사를 위해 기방예인들이 승무, 한량무, 검무, 태평무를 춘다. 다시 현대로 넘어온 시간, 축하파티가 끝난 전라감영 복원 준공식장에서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추는 이인무로 전라감영의 미래를 그린다.

 이번 작품은 관찰사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 안에 춤의 다양성을 담아내고자 한 특징이 돋보인다. 그동안 널마루 무용단이 선보이지 않았던 다른 색채의 춤들을 꾸미는데 이해원 안무자의 진지한 열정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박희태 우석대 교수는 “극의 역사적 배경은 붕당정치, 인조반정, 임진왜란, 명나라와의 불화 등의 시기였기에 이를 픽션과 넌픽션으로 혼용했고, 무대는 미니멀하게 보여주고자 한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장인숙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두들 의욕을 상실한 채 힘든시간을 보내야만 했기에 이번 공연이 더 없이 절실하고, 소중했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역사를 품에 안고 다시 태어날 전라감영을 생각했다”며 “그 시절 멋과 한과 흥이 오늘 이 공연을 통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이길 꿈꾼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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