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치는 교장공모제 전면 시행으로부터
학교자치는 교장공모제 전면 시행으로부터
  •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 승인 2020.08.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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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조직이나 발전의 에너지는 자발성에서 나온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힘은 당면한 과제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발상과 실현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우리 교육계의 이슈는 학교자치일 것이다. 경기도에서 비롯된 학교자치조례가 시도교육청마다 제정되면서 학교 민주화를 넘어 학교 혁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또 교육부도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학교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조례를 제정하고 실행하려고 하는데 왜 학교는 변하지 않을까? 전라북도학교자치조례를 보면 ‘학교교육의 주체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실현과 건강한 배움과 성장의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 등 네 개의 자치기구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럴듯해 보이는데 정작 핵심은 빠졌다.

 어떤 조직이든 자치는 구성원 스스로 수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듯 학교 자치도 학교장을 구성원이 직접 뽑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지금의 학교 자치는 학교장의 인사권을 교육부나 교육감이 쥐고 있는 한 공염불에 불과하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빅데이터 활용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교육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자치는 바람직한 교육생태계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이다.

 학교자치가 정상적으로 궤도에 오르려면 먼저 교장공모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학교장선출보직제로 나가야 한다. 자기 학교 교장을 스스로 선출한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리가 없고, 해당 학교에 대한 포부를 갖고 응모한 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을 리가 없다. 당연히 민주적이면서 역동적으로 학교가 움직이고,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교장공모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에 의해 법제화됐다. 학교혁신의 동력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만이 아닌, 개방형을 통해 평교사도 능력을 갖추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놨다. 그때 개방형 학교장들이 이끈 학교들은 오늘날 혁신학교보다 더 좋은 성과들을 냈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자율학교의 15%만 개방형으로 갈 수 있도록 막아놨고,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퇴보했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서는 교장공모제의 취지를 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국회 다수인 민주당이 나서서 학교 자치가 이뤄지도록 교장공모제 전면시행은 물론, 학교장선출보직제가 가능하도록 입법화해 나가야 한다. 학교 자치도 그렇지만 교장을 선출하는 문제는 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니만큼 혼란도 많을 것이다. 또 기존의 승진 체제에서 점수를 쌓아가고 있는 분이나, 이미 학교를 경영하고 계신 교장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절이 봄으로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외투를 고집할 수는 없다. 기존의 것들을 계속 지키기만 한다면 학교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앞서 그분들이 이미 쌓아놓은 승진 점수나 학교 경영의 경험이 교장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일 것이다. 그러면 교장공모 과정에서 그 점은 높게 평가될 것이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 구태여 인사권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 구성원들과 함께 자신의 교육적 포부를 펼칠 수 있으니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서거석<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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