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 박구경 시인
정신이 좀 드신 어머니는 돌아올 때까지 먹고 버티라고
빈집에 홀로 남을 강아지 앞에 혼자서도 잘 먹고 있으라고
뒤집히지 않는 돌그릇에 밥을 듬뿍 담아 놓으셨다
강변 쪽에서 뿌옇게 눈이 덮여 오고 있었다
다홍치마 초록 저고리가 멀고 길게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미라같은 몸뚱이로 냉골에 뼈만 남긴 채
감나무 가지 하나 가벼이 꺾어 쥐고 놓지 않으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비석 같은 다리 이름을 그릇이라 지어 부르며
박구경 시인
*박구경 시집 ‘외딴 저 집은 둥글다’에서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