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박구경 시인의 ‘그릇’
[초대시] 박구경 시인의 ‘그릇’
  • 박구경 시인
  • 승인 2020.08.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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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 박구경 시인

 

  정신이 좀 드신 어머니는 돌아올 때까지 먹고 버티라고

 빈집에 홀로 남을 강아지 앞에 혼자서도 잘 먹고 있으라고

 뒤집히지 않는 돌그릇에 밥을 듬뿍 담아 놓으셨다

 

 강변 쪽에서 뿌옇게 눈이 덮여 오고 있었다

 

 다홍치마 초록 저고리가 멀고 길게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미라같은 몸뚱이로 냉골에 뼈만 남긴 채

 감나무 가지 하나 가벼이 꺾어 쥐고 놓지 않으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비석 같은 다리 이름을 그릇이라 지어 부르며

 

 

 박구경 시인

 *박구경 시집 ‘외딴 저 집은 둥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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