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은 옮기지 말라
쓸데없는 말은 옮기지 말라
  •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 승인 2020.08.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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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살아가려면 집에만 앉아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우울해지는 나날이다.

 금년 일월까지만 해도 거의 날마다 만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서인지 캄캄한 방에 갇힌 것 같아 요즘에는 밖으로 나돌고 있다. 코로나19가 전북에서는 좀 주춤한 것 같아서 친구들을 불러서 만나고 모임에도 조심스럽게 나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만나다 보면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가 있다. 처음에는 잘 있는가에서 시작해서 종장에는 뒷담화가 나온다. 다른 사람 흉보는 일은 재미가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 된다. 학창시절 누구는 바지가 터져서 교실바닥에 앉아서 공부할 때 무엇이 보였다는 등 신나게 떠든다. 6・25 직후는 팬티도 입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 순간 신나고, 상대방과의 동질감을 느끼며, 은밀한 비밀을 서로 공유하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세상에는 내 상식과 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라면 절대 안 그럴 것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많다. 음식점은 ㄱ보다는 ㄴ이 낫고, 누구는 글이 좋고 누구는 좀 떨어지고 성질은 누가 좋다는 등 비교를 늘어놓는다. 이건 객관적인 비교가 아니고 오로지 말하는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이렇게 무심히 던지는 비교 내지는 평하는 말들에 듣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영향을 받는다. 형제자매끼리 비교하고 흉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 말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어 우리 할머니는 이런 사람, 내 동생은, 내 누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면서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글을 잘 쓰는 한 친구가 있다. 안 끼는 데가 없는 약방의 감초다. 아무 소식도 없이 불쑥 나타났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친구다. 그는 누구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는 물론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이야기까지 물어보지 않아도 술술 나온다.

 비록 그가 남의 이야기를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 상대의 행동이나 언행이 부정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언제 ㅇ씨 집에 가서 어떤 일을 며칠간 해주었고, 무엇을 해주었는데 대가는 돈이 되지 않는, 그 집에서 생산한 무엇을 받아왔다.”고 한다. 또 누구는 “오라고 해서 갔더니 ㅇㅇ으로 가자고 해서 태워다 주고 거기서 주는 티켓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태워다 주었다.”는 것등등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어도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박힌다.

 그가 말한 사람과는 인사는 하고 지낸 사이지만 깊이 사귀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 분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 무슨 일로 그분과 서로 상의할 일이 있었는데 그 수필가가 한 얘기에 선입견을 갖게 되어 톤이 높아진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진 일이 있었다.

 그후 감초 친구가 와서 얘기를 하면 “쓸 데 없는 말은 옮기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를 한다.

 “당신 때문에 좋은 분을 좋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다.”라고.

 쓸데없는 말, 험담은 험담을 하는 사람, 험담의 대상자, 험담을 듣는 사람까지 세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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