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에 삶의 터전 빼앗긴 이재민 “빚내서 복구해야 하나요?”
수마에 삶의 터전 빼앗긴 이재민 “빚내서 복구해야 하나요?”
  • 남형진 기자
  • 승인 2020.08.1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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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주시 서서학동 완산칠봉 아래 지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향토사단 장병들이 침수피해 가옥 정리, 마을 토사물정리 및 수목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상기 기자
12일 전주시 서서학동 완산칠봉 아래 지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향토사단 장병들이 침수피해 가옥 정리, 마을 토사물정리 및 수목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상기 기자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폭우가 쏟아져 집도 잃고 논밭도 없어졌는데 이제는 빚을 내서 복구해야 할 처지라니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12일 수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특별재난지원금을 기존보다 2배로 상향해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북지역 피해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여당의 발표대로라면 사망지원금은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주택 전파 피해는 1천300만원에서 2천600만원, 반파는 650만원에서 1천300만원, 주택 침수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 지원된다.

그 밖의 농경지와 농작물 복구 피해도 기존보다 재난지원금이 상향 지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와 여당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마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도내 이재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빚을 내서 복구에 나서야 할 형국이다.

전북 지역에도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순창에 최고 5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14개 시군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엄청난 폭우는 섬진강 제방을 100m가량 무너뜨려 남원시 금지면 일대 등에서 주택 수백여 채를 집어삼켰고 순창 등 도내 타 시군에서도 주택 침수는 물론 축사와 논밭이 수장돼 가축과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남원과 순창 지역만해도 피해 규모가 어림잡아 1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도내 지역 전반적인 피해 규모 역시 날이 새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수마가 할퀴고 간 보금자리가 복구되지 않아 남원과 순창에서는 임시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도 상당수에 달한다.

민관군이 총동원돼 피해 복구를 벌이고 있으나 언제쯤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원금을 2배로 올려 지원한다해도 도내 전체 피해 규모의 1/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오래전에 마련된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 단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 이후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폭우 피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언 발에 오줌누기다”는 불만 마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피해 지역 주민들이 입은 엄청난 피해를 정부가 100% 보전해주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하지만 특별재난지원금이 어느 정도는 피해 현장의 현실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며“단적으로 집이 무너져 버렸는데 정부 기준대로라면 조립식 건물은 커녕 컨테이너 집도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정부도 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장기 무이자 융자 등 피해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며“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일회성 지원금만으로는 피해 복구나 회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폭우로 뒷산이 무너져 살던 집이 완전히 부서져 버린 한 이재민(65)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는데 집을 새로 지을수는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며“딱히 벌이도 없는데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수해 피해 주민들을 위한 정부가 특별재난지원금을 상향 조정했지만, 현장의 아픔을 담기에는 역부족해 추가 지원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남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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