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것들'
- 전재욱 시인
은행잎 누렇게 익어가니
몸도 마음도
침묵의 벼랑을 걷는다
서리 맞아 누렇게 된
무 배추를
하늘 거렸던 숲을
기억속에 되새김질 하며
허궁이 베푼 음덕을
석양에 듬뿍 담는다
잘리고 베어진
무 배추
아름드리나무들
숨을 멈추는 순간
멈춤은 또 다른 탄생으로
의젓하게
맛깔스런 김치로
배흘림기둥으로
영원히
너와 나의 앞에 궁궐로 서 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전재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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