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전재욱 시인의 '다시 태어나는 것들'
[초대시] 전재욱 시인의 '다시 태어나는 것들'
  • 전재욱 시인
  • 승인 2020.08.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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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것들'

 

- 전재욱 시인

 

은행잎 누렇게 익어가니

몸도 마음도

침묵의 벼랑을 걷는다

 

서리 맞아 누렇게 된

무 배추를

하늘 거렸던 숲을

기억속에 되새김질 하며

허궁이 베푼 음덕을

석양에 듬뿍 담는다

 

잘리고 베어진

무 배추

아름드리나무들

숨을 멈추는 순간

멈춤은 또 다른 탄생으로

 

의젓하게

맛깔스런 김치로

배흘림기둥으로

영원히

너와 나의 앞에 궁궐로 서 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전재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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