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8.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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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맞는게 진짜 하나도 없다’. 어떤 광고의 첫머리는 여자의 푸념으로 시작한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한 집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로맨스’가 ‘생활’이 되는 과정. 결혼에 대하여 유쾌하게 그려낸 광고인데, 말미엔 그래도 좋은 것과 맛있는 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은 상대방이라고 하면서 나름 훈훈한 장면이 나온다. 무슨 광고지? 아내와 함께 TV속 광고를 보면서 재밌고 공감이 되면서도 궁금했다. 마지막 화면에 뜨는 아파트 브랜드. 아내가 다소 냉소적으로 말했다. ‘아웅다웅해도 돌아갈 집이 있으니까 같이 사는 구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다.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선 가족과 함께 살 집이 필요하다. 젊은 부부의 가계부채 대부분은 집 매입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거나 전세금을 위한 대출 빚이다. 은퇴할때까지 꼬박 월급을 들이 부어도 변변한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렵다. 평생 대출 빚을 갚아야 한다. 아이를 낳아도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니, 결혼부터 망설인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렵다. 경제학 전공은 아니지만 수요와 공급법칙, 부동산 공급의 비탄력성 정도는 안다. 집은 70,80년대 고도성장기엔 비교적 마련하기 쉬웠다. 수요만큼 공급이 되었고, 투기도 적었다. 모두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서는 투기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정부가 내놓을 정책 수단도 세금과 택지개발 등 몇몇 정책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도 모두 안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집 문제’의 근원은 ‘서울 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라고 보고 다시금 수도 이전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최근 국회는 이른바 ‘부동산 3법’을 개정했다.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이래 최근 개정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계약 갱신시 차임 등의 증액은 기존 금액의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를 두고 여론의 찬반은 팽팽하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회의론과 임대인과 임차인의 편 가르기라는 비판, 전세의 종말을 예견하는 관점, 그래도 이번에는 통하겠지 하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부동산 정책이 주로 서울 강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요즈음은 지방인 전북의 부동산 가격 등락에도 이상기류를 보인다. 한국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북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의 약 22%가 외지인이라고 한다(전북도민일보 2020. 8. 6. ‘정부 7.10부동산 대책이 우리지역에 미치는 영향’ 기사 참조). 수년전 서울에서 전주로 귀향한 필자는 최근 아파트를 알아 보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만만치 않은(?) 전주 아파트 가격은 젊은 부부들에게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수도권 부동산 규제가 심해질수록 이른바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고 한다. 경제 체질이 튼튼하지 않고 낙후된 전북은 ‘풍선’이 터지면 부작용도 더욱 클 것이다.

  지속적으로 감소세인 경제활동가능인구수, 낙후된 경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수도권보다 전북의 집 값 안정이 더욱 중요하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동요를 흥얼거린다. 작은 집이라도 ‘나의 집’이 있기를 소망하는 젊은 부부들에겐 꿈 만 같은 동요다.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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