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문화촌 정화조는 언제까지 퍼야 하나?
전주 문화촌 정화조는 언제까지 퍼야 하나?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0.08.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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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서신동에서만 40여년 살다가 전주시청에서 불과 500m 반경도 안 된 문화촌 주민이 된 지 벌써 7년차인데 아직도 정화조를 푸고 있다. 가시적인 실적 사업은 줄이고 주민들을 위한 기본적 시설을 먼저 갖추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문화촌의 환경과 주민들의 위생건강을 위해서라도 하수관 설치는 꼭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를 올 때 문화촌은 아파트 조합구역으로 돼 있다가 해지를 하고 18년 하반기 하수관 매립을 한다고 법석을 떨어 올해 안에 해결되겠구나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후 언제 완성을 한다든지 늦으면 늦는다든지 고지도 없이 해를 넘기더니 2년이 가까워도 깜깜무소식이다.

 아무리 구도심이라지만 시청이 바로 이웃이고 이름도 문화촌이어서 모든 문화의 선도인 줄 알고 이사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아직도 소위 ‘똥퍼’라는 정화조에서 분뇨를 수거처리 해야 한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모든 문화촌 주민들의 가슴앓이다.

 아무리 구도심이래도 예전의 노송동은 전주의 관문 전주역이 있었고 문화의 광장 공설운동장이 있었으며 전주의 명물 아중호수와 기린봉이 인접해 있다. 그리고 올해 100주년을 맞은 우리 고장 최고의 전통 풍남초등학교와 전주고가 있다. 그래서 그 추억을 안고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사를 했는데 아직도 정화조 사용을 하고 있다니 이름만 도시지 오지에서 산다는 자괴감이 크다.

 예산이 문제인가? 문화촌 주민은 전주시민 아닌가? 타지역 상하수도정비는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데 왜 유독 이쪽 구간은 빠져 있는지 궁금하다. 전주시는 그렇다 치고 이곳 출신 시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요즈음 가시적인 선미촌 정화에만 눈을 돌린 채 문화촌 정화조는 뒷전이다. 그래도 선거철이 되면 또 표를 구걸하고 다니겠지?

 이러한 것들이 보여주기 식 구태의 정치다. 시의원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데 내 지역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민원을 묻고 우선순위를 파악하여 그 진척상황을 알리는 일이 최우선이 아닐까? 21세기 선진국에서 이 여름에도 아침과 저녁이면 이웃들이 코를 막아야 하는 정화조 푸는 냄새는 언제까지 맡아야 하는지 갑갑하다.

 물론 시민들의 행복과 편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시장과 공무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하지만, 사업마다 담당자가 있을 것이다. 그 담당자가 하수관을 묻을 때 도로를 파헤치고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면 끝나고 나서 앞으로의 절차도 주민들에게 고지해야 옳다. 그런데 언제까지 어떻게 진척이 되는지 몰라 답답한 주민들은 무작정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직접참여와 주인의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와 기초의원들이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지역주민의 복리증진과 행복지수를 높여나가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풀뿌리 지방자치는 요원할 뿐이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주민 골고루 충족시켜주는 만족도가 과반은 넘어야 한다. 풀을 뽑다 보면 잔뿌리가 무수히 많다. 이 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잘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수적인 존재다. 지방자치 제도를 풀뿌리에 비유한 것은 작은 지역의 문제는 물론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내포한다. 자치단체는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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