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집어 삼킨 삶의 터전, 전북의 이재민들 망연자실
수마 집어 삼킨 삶의 터전, 전북의 이재민들 망연자실
  • 남형진 양준천 우기홍 기자
  • 승인 2020.08.0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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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부근 제방 유실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부근 제방 유실

“순식간에 강물이 마을로 밀려들어 옷가지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 지붕까지 물에 잠겨버렸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7일과 8일 447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섬진강 금곡교 주변 제방이 유실돼 주택 수백여 채와 축사, 농경지 등이 물속에 잠겨버린 남원시 섬진강 주변 대강면과 금지면, 송동면, 수지면 주민들은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붓던 폭우는 그쳤지만 삶의 근간을 쓸어가버린 수마의 흔적 앞에 피해 주민들은 할 말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차오른 물 때문에 황급히 대피했다는 주민 A(72)씨.

9일 임시 거주시설에서 만난 A씨는 “피해 복구도 걱정이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기가 막힌 상황이 더 걱정이다”며 “옷 한가지도 챙기지 못하고 나온 주민들이 대다수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대는 한우와 육계 등을 사육하는 축사 20여개 동이 물여 잠겼고 농경지와 시설하우스 등 총 760ha가 피해를 입어 복구작업이 이뤄진다고 해도 주민들이 일상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였다.

남원시 금지면 문화누리센터에 마련된 임시 거주시설로 대피한 300-400여명의 이재민들도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일과 8일 뜬 눈으로 밤을 세운 탓인지 대다수가 피곤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무려 500mm가 훨씬 넘는 사상 최악의 폭우가 덮쳐버린 순창군 일대도 수마에 보금자리를 빼앗긴 피해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져갔다.

금과면에 567mm에 이르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순창군 인계, 유등, 풍산, 팔덕면 등지에서도 주택 침수와 농경지, 축사 침수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먼 발치에서 물에 반쯤 잠긴 삶의 터전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비가 그치면서 마을을 집어삼켰던 흙탕물이 상당 부분 빠지기는 했지만 평생을 살아온 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할지 막막하기만했다.

순창군 유등면 외이마을 주민 B씨는 “물이 빠지면서 한때 지붕까지 잠겼던 마을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이런 폭우 피해는 평생동안 겪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폭우로 인해 뒷산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하루 아침에 집을 잃은 전주시 서서학동 C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이틀 연속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지난 8일 오후부터 집 뒷산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더니 이내 엄청난 토사가 쏟아져 C씨의 집을 덮쳐버린 것이다.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부근 제방 유실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부근 제방 유실

위험한 상황임을 사전에 인지했던 조카 덕분에 목숨을 건진 C씨는 피신 당시 흙더미에 밀려 넘어졌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이밖에도 지난 7일과 8일 사상 최악의 폭우가 휩쓸고 간 도내 곳곳에서는 주택과 농경지 침수는 물론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장수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에 있던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으며 다른 시군에서도 도로 유실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폭우가 그친 9일부터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각 지자체들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며 응급 복구 작업에 나섰으며 전북적십자 등 구호단체들은 이재민들을 위한 긴급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남형진 기자, 남원=양준천 기자,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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