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원로시인, 동심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 담은 ‘오월은 푸르구나’
조기호 원로시인, 동심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 담은 ‘오월은 푸르구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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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호 원로시인이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도서출판 바밀리온·1만5,000원)’를 펴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찰나일 수도 있는 시간. 그렇게 흐르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동심에 빠져들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원로는 평생 써온 시를 통해 해맑은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어린이에게 시의 맛을 선사하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이었을 테고, 글로 남기지 않으면 없어져 버릴 옛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었던 할아버지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인지능력과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높여보려 시도한 흔적이 페이지마다 숨겨져 있다.

 동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푸르게만 보였다. 물방울도, 아이들의 마음도, 치자나무 꽃 향기도, 맑게 갠 하늘, 아침에 까치까지도 연두 색깔로 울더라고 노래한 상상력이 싱그럽다.

 연못에 비친 파란하늘을 살며시 떠다 머리맡에 놓아 혹시라도 별이 뜰까 기대하는 모습이나 밤의 여러 표정을 깊은 달밤, 조각달이 익는 밤, 새침한 조각달 등으로 표현한 점도 재미있다.

 사실,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인이 먼저 어린이가 돼야 하며, 순수한 마음과 때 묻지 않은 그 특별함이 있어야 하기에 그렇다. 해맑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엔 길을 너무 지나쳐온 걸 느낀 순간, 펜을 잡기는 더욱 어려웠을지 모른다. 조기호 시인 또한 “내가 너무 쇠어버려서 아이들 자라는 세상에 물 흐려질까봐 멀리서만 입맛을 다시다가 뱅뱅 돌고 말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니 가능했다. 교육성과 문학성 등을 일일이 따져 묻다 보면 한 줄도 나갈 수 없으니, 호화찬란한 말잔치를 펼치기 보다는 평소처럼 노래하듯 술술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동시가 밀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으로 튼튼히 자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서재균 시인은 “조기호 시인은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솔직성, 상상력과 호기심을 살려 동심의 눈으로 자연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했다”며 “동심과 자연을 동시적 대상으로 해 어린이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우리의 역사를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의 표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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