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빛나는 미륵사
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빛나는 미륵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8.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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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서 녹유를 바른 푸른 기와로 건물을 장식할 수 있는 곳은 주로 왕과 왕족의 거처인 궁궐이었다. 청자의 등장으로 녹유 도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푸른 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왕의 집무 공간이었던 창덕궁 선정전에서 녹유 기와와 유사한 청기와를 볼 수 있고, 우리나라 대통령의 집무처가 청와대인 것도 그러하다.

 이러한 귀한 빛을 담은 푸른 기와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익산 미륵사다. 무왕(재위 600-641)은 백제 최대의 가람인 미륵사를 조영하면서 모든 건물 서까래 막새에 녹유를 시유해 지붕의 끝단을 장식했다. 이는 다른 유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륵사만을 위해 제작된 기와다. 미륵사는 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인 것이다.

국립익산박물관이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를 통해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전모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되고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이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를 통해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전모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되고 있다.

 국립익산박물관(관장 신상효)은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綠釉)’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우리나라의 첫 유약, 녹유를 주제로 삼은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녹유란 도토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유약을 말한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해서 ‘유리(琉璃)’라고도 불리었던 녹유는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져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됐다. 백제는 6세기 초부터 녹유를 입힌 도기를 생산했고, 백제 녹유는 더 짙은 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은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시도다. 우리나라 첫 녹유기와인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의미와 가치를 처음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미륵사지 출토 녹유 서까래 막새(綠釉椽木瓦)를 비롯해 녹유 뼈항아리(綠釉骨壺·국보 제125호), 녹유 잔과 잔받침(綠釉托盞·보물 제453호), 사천왕사지 녹유신장상 등 총 177건 2,007점이 선보인다.

 3일 언론공개회를 통해 미리 선보인 전시에서도 미륵사를 장식한 우리나라 최초의 녹유기와의 의미와 가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돼 녹유를 미학적 관점에서보다는 학술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했다. ‘녹유, 미륵사를 물들이다’ , ‘녹유, 불국토를 장엄하다’, ‘녹유, 권위와 부의 상징이 되다’, ‘우리나라 첫 번째 유약을 만들다’ 등을 통해 녹유의 의미를 찾아갔다.

 특히 우리나라 첫 번째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의 위용을 담아 전시에 힘을 줬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륵사지 출토 기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에 다각도로 펼쳐내 흥미를 끌었다.

 녹유기와는 미륵사 대부분의 건물지에서 1,300여 점이 발견됐다. 이는 사비도성 백제왕궁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으로, 백제 최대 불교사원이었던 익산 미륵사의 높은 위상을 짐작케 한다.

 이와 함께 신라 사천왕사지 녹유 신장상과 녹유 전돌 등을 통해 백제와 신라 불교사원 안에서 녹유의 의미를 살피도록 하는 한편, 녹유 그릇과 기와가 출토된 유적의 성격을 통해 주 소비계층의 경향을 분석하고, 녹유의 성분과 제작기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쉽도록 구성해 두었다.

 송현경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를 비롯한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았다”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지금은 비록 오랜 세월이 흘러 귀하고 고운 빛을 잃었지만, 찬란히 빛났을 녹유 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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