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기획> 성명기·김은주 부부의 ‘청정 베리팜 체험농장’
<귀농귀촌 기획> 성명기·김은주 부부의 ‘청정 베리팜 체험농장’
  • 완주=배종갑 기자
  • 승인 2020.08.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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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공기와 푸른 산이 함께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청정지역인 이곳 완주군 경천면에 성명기·김은주 부부의‘청정 베리팜 체험 농장’이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귀농하기까지 두 사람은 서울에서 대규모 공장들의 이사를 전담하는 사업체를 운영했다.

 20여년간 성실함을 무기로 각종 공장의 자동화설비나 중대형 공작기계 등 수억 원대의 장비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전해 주는 역할을 하며, 업계에서는‘믿고 맡기는 이사 업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남편 명기씨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고향 경천이 떠올랐다. 그러던 중 자제 3명 중 딸 2명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2010년대 초 서울과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블루베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어요. TV 건강 프로그램에서‘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블루베리의 각종 효능이 방영되면서‘아, 이거면 사업성이 있겠다’싶었죠. 한 번 생각을 굳히니까 그 뒤엔 일사천리였어요.”

 이후 어머니가 계신 경천의 땅을 조금 얻어 블루베리 묘목을 사다 심으면서 2년 동안 주말마다 서울과 완주를 왕래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청정 베리팜 체험 농장’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게 됐다.

 ■‘베리 초보’에서‘베리 전문가’가 되기까지

“의욕만 앞서서 부모님이 일구던 땅 1만 평을 물려받아 묘목 1주당 사만 오천 원씩을 주고 블루베리를 심었어요. 묘목은 일반 품종보다 3∼4배 비싸지만, 맛 좋고 과실이 크다고 해서 과감히 투자했죠. 당시에는 막연히 일반 수도작이나 밭농사보다 특수작물은 조금 편할 거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 번 심어 놓으면 몇십 년은 가니까요. 하지만 (나무가) 커 가면서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두 사람이 완주로 와서 제일 처음 한 일은 농업 마이스터 대학 입학이다. 블루베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공부했고, 전국에 내로라하는 블루베리 농가를 찾아가 노하우를 익혔다. 여기에‘신의 열매’라고 불리는‘아로니아(킹스베리)’까지 심어 농사를 확장했다.

“나무를 식재하면 바로 수익이 안 나요. 과(果)는 적어도 3년 이상 가야 하죠. 4년째부터도 수확을 하긴 하지만 양도 적고, 상품 가치도 떨어져요. 그 시기를 넘겨야 비로소 과실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인터넷이나 기관에서 접할 수 있는 재배 기술 외에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했어요. 그만큼 실패도 많았죠. 위기의 순간, 흔들릴 때 아내와 같이 교육 받으면서 열심히 듣고, 익혔던 것들을 되새기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블루베리 농장에는 거대한 시설 하우스가 설치되어 있고, 그 주위를 촘촘한 방충망으로 덮었다.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한 병충해 방지용 시설이다. 벌레 하나 들어올 수 없도록 철벽 방어막을 구축한 셈이다. 다행히 아로니아는 나무 자체의 내성이 강해 병충해 걱정은 없다.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열매가 비뚤어지고 못난 모양이 많죠. 외형의 매끈함 보다는 블루베리의 가치와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재배하자는 재배 철학을 지켜 오고 있습니다. 농민이 된 저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각종 방부제와 농약, 첨가물로 가득한 수입 농산물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길이죠.”
 

 ■6차 산업에 발을 들이다

 두 사람의 베리류는 로컬푸드에 납품되면서 판로 걱정이 줄긴 했지만 연중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선 특화 방안 모색이 절실했다.

 두 사람은 최근 식품 가공 교육을 이수하고 아로니아 분말·잼·진액, 결명자차, 옥수수차 등을 생산했다. 그리고 수확한 농산물뿐만 아니라 잉여 농산물을 가공해 다양한 가공품을 납품했다.

 또 두 사람은 어린이, 주부 대상 팜투어를 적극 유치해 베리류 홍보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팜투어에서는 블루베리 식재, 수확, 잼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농산물의 출하가 농장의 전부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찾는 농장을 만들고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농장에서 토실하고 까맣게 익은 신선한 블루베리를 따서 입에 넣으면 상큼한 맛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런 추억들이 가슴 깊이 남아 매장에서도 한 번 더 구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애가 좋아지는’귀농

 귀농 전 남편 명기 씨는 사업체 운영의 특성상 술자리가 많았다. 또 잦은 지방 출장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집에 소홀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귀농 후에는 여유가 늘었다. 또 두 사람은 경천면 자율 방범대, 의용 소방대, 귀농귀촌 모임, 아로니아 연구회 등 지역 안에서도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교육에 아내와 함께 참석했어요.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개척해 나가면서 서로의 의견을 묻고, 소통하면서 적당한 해결책을 찾아 갔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지역에서도 봉사활동 등 할 도리를 다하고 마음을 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살맛이 생겨요. 여유가 되면 베풂의 미덕을 발휘하면 더욱 더 좋죠. 모임 활동 역시 힘든 농사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해방구가 되었어요.”

 ■급할수록 돌아 가라

 귀농 선배, 명기씨와 은주씨는 귀농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귀농,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른 귀농인들과는 다르게 살 집과 땅이 있는 귀농이어서 초기에 큰 돈이 들지 않았음에도, 2∼3년 고정적인 수입이 끊기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귀농을 망설이시는 분들은 절대 성급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규모가 너무 작으면 소득이 없고, 반대로 규모가 커지면 일할 사람이 없어요. 이 명제를 꼭 기억해서 영농을 위한 적정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이것 아니면 다른 걸 해야지’하는 마음보단‘어떻게든 해 보겠다, 보란 듯이 성공시켜 보겠다’라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귀농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완주=배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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