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있다’ 준비 중인 여성 문화기획자들 송원×임민지×이소연씨
‘여기, 우리가 있다’ 준비 중인 여성 문화기획자들 송원×임민지×이소연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30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가 움직인다

 전라북도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작업을 하는 여성문화예술인들의 ‘말하기’가 시작된다. 수직적인 구조의 예술인 모임을 탈피해 현장에서 서로가 뜨거운 주체가 될수록 격려하는 자리, 그 첫 단추를 꿴다. 여성 예술인 스스로 만들어갈 세상, 여성 동료와 선후배들의 관계 맺기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흘러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세대재단,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가 주최하고,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지하수, 배우다컴퍼니가 주관하는 ‘전북 여성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수다회’가 8월 4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내년 1월 5일까지 매주 둘째, 넷째 화요일(오후 7시 30분 부터)에 열린다.

 총 12회의 모임으로 추진되는 이번 수다회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여기, 우리가 있다’는 주제로 구글 링크를 통해 신청자를 받은 결과, 8월 4일 첫 모임 닷새 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이 총 16명이나 됐다. 분야와 나이를 막론하고 스스로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 여성 예술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번 수다회를 준비하고 있는 기획자들 또한 새삼 놀라고 있다. 전북 여성 예술인들의 연대를 제안하고 있는 이들은 연극인 송원(34), 미디어컨텐츠제작팀 지하수의 멤버 임민지(27), 이소연(27), 그리고 송지수(24)씨다.

29일 만난 송원, 임민지, 이소연씨는 “불합리한 사건과 공정하지 못한 처우에 대한 논의를 확장해 더 많은 곳에서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삶이 의제화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민지씨는 “예술과 창업 쪽의 여러 사업에서 대부분 남성과 일을 하게되고, 꼭 어린 여자애들이라 얕보거나 챙겨주겠다며 쓸데없는 매너를 부리는 불편한 시선들이 있었다”며 “맘 놓고 이야기할 여성동료에 늘 갈증을 느꼈는데 이러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니 기쁜 마음으로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소연씨도 “이런 일, 저런 일 해보며 살아오면서 지역에는 함께 할 누군가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화재단 등 연결 고리와 기관이 있어도 제겐 의미가 없었고 뭉치지 않았고 뭉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이번 여성수다회가 ‘여기, 우리가 있다’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서로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연결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여성들만의 모임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미투 이후, 미투에서 벗어나지 못한 담론뿐이라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파편적인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 보여줄 생각이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수다회 '여기, 우리가 있다'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획자들. 송원, 이소연, 임민지씨(왼쪽부터)
전북여성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수다회 '여기, 우리가 있다'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획자들. 송원, 이소연, 임민지씨(왼쪽부터)

 이곳에서는 전북, 지역, 여성, 예술인, 복지, 소득, 노동, 정책, 성차별, 여성혐오 등 매회 다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혼자라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거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함께 연대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다.

 임민지씨는 “여성 예술인으로 살아가기에 전북이라는 지역이 실질적으로 힙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아직도 전북에서 이렇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착하지 못한 예비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견들이 나눠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고 했다.

 송원씨는 “이제 각자의 파이를 예술가 스스로가 더 많이 열고,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면서 “문화예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고, 기회도 열린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여성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수다회 ‘여기, 우리가 있다’는 단순히 모임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조모임을 통해 느꼈던 연대의 뜨거움을 작품으로 표현해 전북 문화예술의 미래를 한 자리에 펼쳐보일 예정으로, 성차별 없는 예술제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전북의 문화와 예술에 관심 있는 여성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신청 방법은 구글 링크(https://forms.gle/obByeUbrGLxTJDwd8)를 통해 하면 된다. 문의 카카오톡플러스친구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