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인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박형준 시인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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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시인이 7년 만에 일곱 번째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창비·9,000원)’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력 30년의 연륜이 쌓인 만큼 차분한 시적 성찰이 두드러지는 이번 시집은 소중한 기억들을 찬찬히 더듬어가는 고독한 산책자의 명상록과도 같다.

 오랜만에 낸 시집에는 시인 자신이 특별히 무엇인가를 의식하지는 않았으나, 단순함에 대한 나름의 성찰과 고민의 흔적이 페이지마다 남겨져 있다. 이를 테면, 가볍게 동네 천변이나 산책로, 재개발지역의 빈터를 느릿느릿 거닐며 사색을 즐기는 시인의 모습이 시집 곳곳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 풍경은 고즈넉하고, 시인의 언어는 맑다. 시간의 깊이가 오롯이 느껴지는 행간 사이에는 쓸쓸하고 누추한 삶을 위로해주는 언어들이 가득하다.

 시인은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가녀린 존재들을 살피면서 시를 쓴다. 가슴을 저미는 쓸쓸한 풍경 속에서 삶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련한 기억의 창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먼 미래의 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 깊어지는 시인. 감각적 이미지와 서정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시 세계는 아픈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위로의 노래가 분명하다.

 전북 정읍 출생으로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산문집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평론집 ‘침묵의 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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