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오백년 역사의 문화유산 보고로 떠나는 인문 기행 ‘한국의 암자 답사기’
천 오백년 역사의 문화유산 보고로 떠나는 인문 기행 ‘한국의 암자 답사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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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잠시 벗어나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가서 천 가지, 만 가지로 흩어진 마음을 내려놓고 쉬고 오고 싶을 때면 생각나는 공간이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에게 암자란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날 문득,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도, 절실한 것임을 깨닫게 만드는 그런 곳 말이다.

 신정일 이사장이 오랫동안 한국의 암자와 사찰을 방문하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사찰의 역사와 전설들 그리고 사찰의 각종 유산들을 소개한다.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푸른영토·1만4,800원)’에는 산속 암자에서 만난 인연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책은 미륵산 사자암, 능가산 청련암, 선운산 도솔암 등을 포함해 총 21곳의 암자를 소개한다. 각 암자의 역사와 특징, 지리적 환경,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까지 길고 긴 인연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자암은 익산 금마면 신용리 미륵산의 남쪽 중턱에 있는 금산사의 말사다. 창건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백제 무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있었던 사찰이다. ‘삼국유사’에 ‘무왕은 선화비와 함께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법사를 찾아가던 중…’이라는 기록에 의해 추정하고 있다.

부안 청련암은 백제 초의선사의 숨결이 서려있는 암자로 소개한다. 내소사를 거쳐 오를 수 있는 이 암자 마당에서 내소사와 줄포만 그리고 바다 건너 선운산과 소요산이 한 눈에 보인다. 흐름을 멈추지 않고 나오는 석간수와 함께 황혼이 깃들 무렵의 종소리 그리고 줄포만 일대의 뛰어난 전망이 유명하다.

 남원 백장암은 실상사의 산 암자다. 신라 구산산문중 최초의 산문인 실상사파의 본찰로, 실상사에서 인월 가는 길의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곳에 있는 백장암 3층 석탑(국보 제10호)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탑 중에서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특이한 석탑이다. 현재는 조그만 암자지만 옛날에는 규모가 상당히 컸던 사찰로 추정되는 보물같은 공간이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의 많은 사찰과 암자들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이다.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천오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암자와 사찰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깊은 산중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 오랜 시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고독한 글쓰기를 이어가며 사람의 인연이란, 시절 인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다시 여정을 잡고, 암자를 찾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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