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제맥주의 이유 있는 상승세
국산 수제맥주의 이유 있는 상승세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0.07.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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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잔은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최상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삼삼오오 모여 잔을 부딪치며 즐기는 술자리가 줄어든 대신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홈맥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요즘 맥주 시장에 수제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편의점에만 가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서 소위 ‘골든존’이라 불리는 3-4번째 칸은 고객 눈높이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해 손이 절로 가는 곳으로 매출 효자 상품을 모셔 놓는 중요한 공간. 이전에는 대기업맥주나 수입맥주가 차지했던 이 골든존을 요즘은 국산 수제맥주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개성 넘치는 국내 수제맥주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10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2015년 무렵부터 이태원을 중심으로 양조시설을 갖춘 펍(pub)들이 생겨나면서 수제맥주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그간 맥주 매출 30%를 차지하던 일본맥주들이 밀려난 자리를 특색 있는 국산 수제맥주들이 꿰차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대비 91%가 줄어든 반면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245.5% 상승했다. 52년 만에 개정된 주세법도 수제맥주 성장에 일조했는데 세금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수제맥주. 그동안 비싼 재료를 쓸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했지만 종량제 이후 세금 부담이 줄어 맛이나 패키지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이다.

 또 7월부터 국세청이 시행하는 ‘주류규제 개선방안’으로 그동안 배달금지 품목이었던 맥주도 음식가격보다 낮은 금액이면 주문이 가능해지면서 업계는 수제맥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군산시가 이러한 여세를 몰아 국내 최초로 국내산 맥아와 쌀을 원료로 하는 수제맥주 사업을 통한 새로운 관광자원개발에 앞장선다고 한다. 특히 맥주의 주 원료중 하나인 맥아의 경우 대부분 수입맥아를 사용하지만 지역에서 생산한 맥아를 활용해 만든 수제맥주를 통해 수제맥주 대표 도시로서의 브랜드화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군산시는 ‘군산 째보스토리1899’를 중심으로 총 1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수제맥주 특화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골목상권 부활과 수제맥주와 지역문화를 결합시킨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차원의 사업 외에도 민간에서도 각자 개성 있는 수제맥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전주 중앙동에 위치한 한 브루어리는 직접 만든 다양한 수제맥주로 지역민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변 상권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특색 있는 주류문화 형성은 물론 지역의 다른 펍에 맥주를 납품하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지역축제가 대부분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독특한 음주문화이자 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은 ‘전주가맥축제’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들을 맛보며 혀끝의 즐거움은 물론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도 일조해 보면 어떨까.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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