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모순
완벽주의의 모순
  •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 승인 2020.07.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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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명 사회는 높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우리 인간이 갖는 자질 중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성이 중요한 덕목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와 고도성장에 발맞추어 매일매일 새로워지고 복잡해지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성공을 위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매일 하루 24시간 노력도 부족한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를 파괴하는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모순투성이인 완벽주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이루기를 원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라고 말한다. 이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목표를 향한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내는 긍정적 효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높은 목표를 향하여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건강한 성장이나 성취감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는 완벽주의와는 사뭇 다르다.

 완벽주의자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성취감이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라는 올바르지 못한 양극단적 모순된 믿음을 갖는다. 그 기준은 매우 높은 비현실성을 갖는 경향이 강하므로, 노력하여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다 해도 완벽하지 않은 작은 흠이 있는 결과는 실패로서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실수나 실패로 인식될 때 이 결핍을 만회하기 위하여 노력의 강도는 더욱더 높아지지만, 목표 기준이 잘못되어 있는 사고의 틀에서는 만족이라는 것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로 그때마다 잘못 인식하고 있는 작은 실수나 실패들에 대해 집착하며 자책하게 되고 결국 부정적 에너지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는 데 있다. 이는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결정장애를 낳고, 도전심과 의욕은 점점 상실하게 되며, 인간관계는 고립되어 간다. 결국 그에 수반되는 실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소진상태인 번아웃증후군이 나타나게 되고 삶의 질은 저하되며 건강은 위협을 받는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자 한 완벽주의의 모순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최악으로는 자신의 삶을 파괴로까지 몰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완벽주의자는 자신 노력의 결과에 있어서 완벽에 대한 모순된 믿음을 바로 직시하여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통하여 바르게 잡아가야 한다. 먼저, 실수하고 실패하고 완벽하지 못한 인간적인 자신에 대하여 당연하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어느 면에서나 완벽함이란 없으며 신(God)만이 완벽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완벽한 결과란 항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그저 내일을 열심히 하며 그 결과는 하늘에 맡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그 결과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가 최선의 노력을 함에도 지나친 스트레스 상태인 것으로 인식되거든 목표 기준을 좀 더 낮추고 점차 높여 나가면서 그 노력은 절대로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서 볼 때 우리는 장점을 살리고 부족함을 알며, 하나하나 배움을 통하여 단계를 높여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가치를 둬야 한다. 우리 모두 똑같은 출발점을 갖지 않듯이 다른 사람이 나보다 어떤 능력면에서 나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일찍 성공가도를 걷기도 하지만 대기만성형인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엔 우월한 것도 열등한 것도 없고 다만 그 역할이 다를 뿐이어서, 자연의 하나인 우리모두도 서로 다른 다양성을 지니며 그에 따른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여 열등하다 우월하다 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하겠다. 나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에 맞는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지 내가 일하고 평가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현대인들이 작게 크게 완벽주의의 모순된 틀에 갇혀 있다. 이제 완벽주의에서 갖는 모순된 믿음을 각자 깊은 이해와 인식을 통하여 올바르게 바로 잡아가면서 자책하는 부정적 에너지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면, 오히려 실패를 통한 성숙함으로 참다운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채병숙<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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