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의 추억과 경로당
모정의 추억과 경로당
  • 이경신 전주시의원
  • 승인 2020.07.27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신 전주시의원
이경신 전주시의원

  흰머리가 하나 둘 내려 앉은 우리 세대들에겐 대부분 농촌에 대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 이맘때면 마을마다 동네 사람들의 휴식공간인 모정(茅亭)에 대한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모정은 한자 뜻풀이 그대로 초가지붕 형태의 정자를 말한다.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기 때문에 농경문화가 발달한 전라도 지방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도 모정이 두 곳에 설치돼 있었다.

  마을을 중심으로 앞 벌판 쪽에 모정과 뒤쪽 벌판의 모정이 설치돼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특히 우리 꼬마들의 놀이공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쪽 모정은 규모가 작아 주로 아낙들이 많이 이용했고, 뒤쪽 모정은 규모가 조금 커 주로 남정네들이 이용하곤 했다.

  이 모정은 마을공동체의 공유재산이라 누구나 무더위를 피해 낮잠을 한숨 자기도 하고 때론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는 회의 장소이기도 했다.

  동네잔치 땐 거나한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고, 길 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어 가기도 했던 참으로 쓰임새가 많았던 곳이다.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마을별 어린이단이 조직돼 마을청소는 물론 모정 주변 정리가 아이들 몫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소꿉놀이, 방자놀이를 하거나 심심하면 낮잠자는 어른들 엉덩이를 판자 사이로 보릿대를 찔러 방해하다 혼나거나 쫓겨난 추억이 무던히도 많았다.

  요즘 농촌은 70~80년대 이촌향도(離村向都)로 대부분 고향을 떠나 시골 모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대신 시골에도 경로당이 생겨 대부분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고 공동으로 취사가 가능해 경로당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시골뿐만 아니라 도심의 경로당에 다시 문을 열어 무더위 쉼터 역할을 한다고 한다.

  특히 전북지역 경로당 7천13개소는 지난 2월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폐쇄를 단행했는데 이달 중하순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고 한다.

  전주지역 경로당 633곳도 지난 27일부터 자유롭게 문을 열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에 문을 여는 경로당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상황에서는 가능하지만 향후 사태 악화가 이뤄져 2단계로 격상되면 다시 폐쇄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신 경로당에서는 급식 도우미를 통한 식사 제공은 금지가 원칙이며, 모든 출입자는 손 소독과 발열체크 등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원수지만 그래도 경로당이 문을 열어 나이드신 어른들의 휴식처가 된다니 다행이다.

  더욱이 도내지역은 선풍기에 의존하는 폭염 취약계층이 11만965명에 이르고 전주지역도 40,424명에 달해 폭염이 지속되면 온열질환자 발생은 물론 더 큰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보돼 있고,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쳐 노약자와 심뇌혈관 질환자 등 취약계층이 그 어느때 보다 힘겨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어렵고 힘들게 경로당 문을 다시 여는 만큼 가장 먼저 이용자들이 코로나19 안전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혹여 경로당이 감염지가 되지 않도록 소독제나 발열체크 등도 형식적으로 하기 보다는 보다 꼼꼼히 이뤄져 우리 전북지역은 코로나19 안전지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신<전주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