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6) 강서일 시인의 ‘하늘을 날다’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6) 강서일 시인의 ‘하늘을 날다’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7.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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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날다

 - 강서일
 

 작다고 다 가볍지 않다.
 

 금은 금고보다 무겁고

 의심은 때로 지구보다 무거운 법.

 
 오직 새들만이 뼛속까지 비어

 푸른 바다에 밤 좌표를 만들고

 어둔 밤 인도기러기는

 자신의 숨을 줄여 히말라야를 넘는다.

 
 작다고 다 가볍지는 않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독수리보다 더 멀리 난다 하니,

 저기 저,

 비어 있는 가을 하늘 좀 보아라!

 
 당신도 날아간다.

 
 <해설>  

  십 여 년 전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가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높은 산을 오르는 연습 끝에 드디어 네팔로 가는 밤 비행기를 탄 적이 있습니다.

  인도 기러기나 쇠재두루미는 캄캄한 밤에도 히말라야를 넘는 장거리 여행의 명수랍니다. 제 위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망망대해나 거대한 사막을 날기 위해서 기러기들은 스스로 몸무게를 줄이고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날개를 힘껏 치면서 비행기 보다 더 높게 고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북극제비갈매기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옮겨 다닙니다. 북극에서 번식하여 어느 정도 새끼가 성장하면 남극으로 이주하여 여름을 보내는 새의 몸무게는 125g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육아 방법이 아주 특이 합니다.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의 입에다 먹이를 물려주지 않고 스스로 먹이를 찾도록 언덕에 던져 놓고, 새끼가 먹이를 찾아 먹으려는 순간, 낚아채 다시 언덕에 버려두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내리도록 단련시킵니다. 북극의 겨울이 오기 전에 남극으로 날아갈 몸무게를 유지하도록 새끼를 강하게 만듭니다. 

  요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대형화 되는 추세지만, 시인은 히말라야를 넘기 위해서 몸무게를 줄이는 인도 갈매기나 작은 북극제비처럼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욕심을 버리고 욕망의 강을 건너 청명한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어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입은 단벌옷으로 가볍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뼛속까지 푸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 시인의 순정이 눈에 보입니다.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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