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꿀맛 같은 휴식 찾아온 택배 근로자, 한숨 돌리나
28년 만에 꿀맛 같은 휴식 찾아온 택배 근로자, 한숨 돌리나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07.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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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주시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경비원이 밀려든 설 명절 선물과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기사와 관계 없음. 전북도민일보 DB.

 “28년 만에 찾아온 휴가인 만큼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택배 근로자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전주에서 택배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박모(42)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올해 유난히 일이 더 고되고 힘들었다.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배달 물량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정시 퇴근은 감히 바랄 수도 없었다.

 박씨는 “지난 1년 365일 동안 마음대로 쉴 수 있는 날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며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로 택배 주문이 늘어나 업무 강도가 높아져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택배 일을 시작한 뒤로 오롯이 가족 생각만 하며 고된 일도 묵묵히 버텨왔다”면서 “그간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적었던 만큼 오랫만에 돌아온 휴식기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간 택배 근로자들의 쉴 권리는 오랜 시간 사회적 화두로 대두돼왔다.

 특수고용직으로 근루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택배 근로자들은 하루 12-14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근무와 함께 연차나 유급휴가도 따로 없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2-3배 가까이 늘어난 택배 물량으로 택배 근로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업무 과중에 시달려왔다.

 23일 도내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 로젠 등 4개 택배사는 다음달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다음날인 15일은 광복절, 16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최장 사흘 연속 휴식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17일이 최근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업체에 따라 택배 근로자들은 최장 나흘간의 꿀맛같은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택배 근로자들에게 이같은 장기 휴가(?)가 부여된 것은 택배업이 시작된 이래 28년 만이다.

 또한 우체국의 경우에도 별개로 위탁 택배 근로자들에 한해서만 휴무를 결정, 위탁 택배 근로자들 역시 나흘 간의 휴식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쏟아지는 택배 물량에 쉴 틈 없었던 택배 근로자들에게는 사실상 유례없는 단비 같은 휴가가 찾아온 셈이다.

 CJ대한통운 소속 한 전주지점 관계자는 “이번 휴일은 택배업이 시작된 28년 만에 처음이라 택배 근로자들의 기대가 더욱 큰 것 같다”면서 “일시적인 택배 업무 중단으로 불편함이 발생하겠지만 도민들께서는 가급적 택배 휴가의 날을 전후로 주문을 자제해 주시고 택배 근로자들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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