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출범 13년 만에 파산 위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이스타항공 출범 13년 만에 파산 위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7.2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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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된 도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지난 2007년 출범 이후 13년 만에 폐업 절차를 밟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임금 체불 문제와 각종 미지급 등을 이유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합병 무산으로 이스타항공 소속 직원 1600여 명의 대량 실직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 중 30% 가량이 전북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도내에서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인수 포기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에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 해지 조건이 충족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 여부를 두고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중재를 이끌어봤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가진 체불임금, 유류비, 운영비 등 미지급금을 먼저 해결해야 인수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회복이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파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올 1분기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이 법정 관리에 들어갈 경우 기업 ‘회생’보다 기업 ‘청산’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 포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는 전북도민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할 경우 대량 실직과 더불어 전북은 다시 “항공 오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민들이 제주도를 갈 경우 군산공항에서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실제 군산공항 탑승객은 2018년 한해 30만명을 넘었으며 이에 이스타항공은 전북도와 손잡고 지난해 3월부터 제주행을 1일 한 편에서 오전, 오후 두 편으로 증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 무산으로 인해 전북도민들은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인근, 광주나 청주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새만금 국제공항 조성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내 경제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국제공항 조성을 위해선 지역을 기반을 둔 항공사가 필요하다”며 “국제공항과 철도·항만을 엮어 ‘새만금 복합물류 트라이포트’를 조성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북도의 큰 그림도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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