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당당하게 시작하라
지금,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당당하게 시작하라
  • 송일섭
  • 승인 2020.07.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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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류시화 님의 우화집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다스릴 때의 일입니다. 광대한 인도를 차지한 영국인들은 초기에는 식민지 재배에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어느 정도 식민지 지배가 정착될 즈음, 영국인들은 인도에서 고달픔도 잊고 여가를 즐길 겸 인도 제1의 항구 도시 콜카타 외곽에 ‘로열 콜카타’라는 최초의 골프장을 만들었습니다.

 초록의 잔디가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골프장, 그러나 그들의 부푼 기대는 곧 깨지고 맙니다. 골프장 주변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들 때문입니다. 영국인들이 멋지게 스윙을 하면 인근에 있는 원숭이들은 신기한 듯 구경을 합니다. 그러다가 골프공이 바닥에 떨어질 즈음이면 재빠르게 달려가서 공을 거머쥐고는 장난을 치다가 아무 데나 던져버립니다.

 그러면 경기는 중단되거나 지연됩니다. 최초의 낙하지점에다 공을 되돌려 놓는 과정에서 골퍼들은 ‘여기네 저기네’ 하면서 실랑이를 벌입니다. 경기를 속개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렇듯 골프장 인근 원숭이들은 영국인들에게 골치 아픈 존재가 된 것입니다. 골프장 운영자는 이런 원숭이들을 막기 위해서 울타리를 높이기도 하고, 바나나와 사과 등으로 그들을 유인하여 다른 곳으로 내쫓기도 하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와서 말썽을 피웁니다. 원숭이들은 사람들이 작은 골프공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더 신이 나는지 공을 이리저리 던지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영국인들은 처음에는 원숭이들을 한없이 미워했지만, 나중에는 그 골프장만의 특별한 규칙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게 됩니다. 그 규칙이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자리에서 경기를 다시 시작한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고 지혜로운 경기규칙이 되었습니다. 경기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지도 않았고 원숭이들을 탓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원숭이가 던진 공이 바닥에 떨어진 바로 그 지점에서 경기를 이어가면 그만이었습니다. 이 규칙이 만들어진 후 ‘로열 콜카타’ 골프장은 한층 더 재미있게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원숭이가 제멋대로 던진 공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되면서 더 재미가 생긴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골퍼가 홀 가까이 친 공을 원숭이가 엉뚱한 방향으로 내던지고,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진 공을 홀 가까이 던집니다. 그러면 골퍼들은 원숭이들이 만들어낸 반전에 빠지면서 게임은 더 재미있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콜카타의 특별한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콜카타 골프장에서 원숭이들이 제멋대로 던지는 공들은 어쩌면 이런 것들입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닥치는 불행, 또는 행운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언덕 밑으로 떨어져 다치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고시에 합격하게 하는 등등이며, 이런 상황이 되면 우리는 기존의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넘어져 다쳤으면 직장가는 대신 병원으로 가야 하고, 암에 걸렸다면 하려던 공부를 중단하고 치료에 신경 쓰게 해야 합니다.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계획이나 규칙을 고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만약 콜카타의 골퍼들이 기존의 규칙만을 고수했더라면 그들은 여전히 골프공의 낙하지점을 찾느라고 실랑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골프장에서 그랬듯이 원숭이가 던진 공은 대부분 엉뚱한 것이며, 때로는 불공평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운동을 잘하게 하고, 공부를 잘하게 하고,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고 등등 이런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그러나, 혹여 잘못되었다고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잘 되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됩니다. 또, 언제 장난꾸러기 원숭이가 우리에게 어떤 공을 던져서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 당당하게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무슨 일이든 지금, 이 순간에 맞게 시작해 보세요.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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