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이야기
영혼 이야기
  • 김동수 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7.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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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하면 우리들은 흔히 사후(死後)후의 인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영혼은 산 자에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경에서도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生氣)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生靈)이 되었다.”(창 2:7)고 하였다. 이 같이 사람은 흙으로 빚은 ‘육체’와 하나님이 주신 ‘생기(生氣)’로 이루어졌다.

 그리스어 ‘영혼’이란 뜻을 가진 ‘프시케(psyche)에도 육체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는 숨결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육체에 생기가 들어감으로써 살아 있는 영(靈)이 되었다 하였는데, 여기서 생기가 곧 ’정신‘이요 ‘영혼’이다. 그러기에 영혼이란 사람의 육체에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형의 실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 영혼에, 죽음과 동시에 사라자는 ‘백(魄)’과, 사후에도 살아남아 조상 숭배의 대상이 된 ‘혼(魂)’이 들어 있다고 보았다.

 아무튼 영혼은, 물질이 아닌 정신, 곧 인격으로서 사람들은 이를 ‘얼’, ‘넋’, ‘혼’ 혹은 ‘신령(神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진정한 자기란 육신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생명과 정신이다. 사람이 죽어 육신이 없어지더라도, 그의 마음과 생각 등이 남아 있듯, 영혼은 육체와 분리됐을 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불멸의 정신이다. 사람에게는 육신과 ‘정신’ 이라는 것이 있고, 또 ‘마음’ 이라는 것이 있다. 이 중에서 눈에 보이는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과 ‘정신’은 죽지 않고 살아 영속되어 간다. 그러기에 그를 그답게 만들고,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몸속에 있는 그의 영혼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한시적이지만, 그 안에 내재하여 있는 영혼은 남아 있기에 진정한 자아, 곧 ‘내가 누구인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물질과 함께 그 안에 담겨 있는 마음의 본바탕, 곧 자기의 영혼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조물주가 자기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조물주와의 영감 속에서 영혼이 맑아지고, 영혼이 맑아야 맑고 아름다운 인생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영혼을 잃어버린 자의 삶은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잊고 오늘의 순간만을 살아가는 물질적 존재의 삶이 되고 만다. 영혼은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육체적인 것, 물질적인 것, 외면적인 것은 사라져 가지만, 영적 교감을 통해 자각된 참 자아(自我)는 전생과 이생 그리고 내생에까지 존속되어 가기 때문이다.

 나의 시는 내 영혼의 사당

 그 속에 전생(前生)의 내가 들어 있다.

 뱀이 이브를 꼬여 내기 전 새끼 새 한 마리가 숲 속을 종종거리고

 오래전 무리에서 낙오된 말(馬) 한 마리가

 바이칼 호(湖)의 밤하늘에서 홀로 빛나던

 나의 시는 내 영혼의 칭얼거림

 아니, 전생에 두고 온 내 영혼의 푸른 눈망울

  -김동수, 「김점선의 그림을 보고」 전문

 ‘시는 영혼의 사당’, 시대를 초월한 ‘순수 영혼’이라 했다. 인간이 선악과를 맛보기 이전, 선과 악의 구분이나 수치심을 모르던 때의 모습이 이 시가 지향하는 순수와 원시, 곧 그가 지향하는 영혼의 세계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인은 모든 시간을 타고 올라가 마침내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 전, 인류사에서 가장 무지한 만큼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졌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서 살아간다. 분열되고 파편화된 오늘의 물질문명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영혼을 잃어버린 죽은 육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더러는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우주 자연, 곧 조물자와의 영적 교감 속에서 영적으로 거듭나 보다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어미새에게 떨어져 숲 속을 종종거리고, 낙오된 망아지(馬)가 되어, 보다 영속된 자아로 거듭나기를 희구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김동수<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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