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애정으로 시작한 10년의 방대한 작업…김설지 회장 ‘슈베르트 가곡전집’ 발간
오직 애정으로 시작한 10년의 방대한 작업…김설지 회장 ‘슈베르트 가곡전집’ 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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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설지(77) 한국슈베르트가곡연구회 회장이 오직 애정으로 시작한 10년의 방대한 작업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담아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곡들을 손수 우리말로 옮겨 독한대역 ‘슈베르트 가곡전집(동서문화사·3만9,000원)’을 펴낸 것이다.

 평소 독일 가곡을 좋아했던 그는 뜻을 알지 못한 채 곡을 듣는 것은 원곡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 직접 슈베르트 가곡을 우리말로 옮기는 대규모 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자신이 소장한 음반 속지의 독일어 노랫말을 우리말로 꼼꼼히 옮겨서 독한대역으로 엮었다. 그리고 성악전공자들이나 독일 가곡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독한대역본을 사전처럼 알파벳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해 꼼꼼하게 분류하기 시작했다.

 김설지 회장은 “우리말 내용을 파악한 뒤, 독일어를 따라 내려가며 듣다 보면 그 의미가 한결 뚜렷하게 파악되므로 왜 어떤 대목에서는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고, 또 다른 대목에서는 서정적으로, 또는 사랑스럽게 부르게 되는지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며 “거기에 피아노 반주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풍경까지도 가곡(시)의 내용을 알면 한결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7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는 총 800여 곡이 수록됐다. 슈베르트 가곡을 완전 해부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흔히 리트(Lied)라고 부르는 피아노 반주의 독창곡뿐 아니라, 다른 악기를 곁들인 독창곡, 중창곡, 합창곡, 반주가 없는 아카펠라, 흔히 연주되는 오페라 아리아, 극부수 음악, 종교 음악, 심지어 한 줄짜리 카논까지,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사 붙은 음악은 오페라만 빼고 총망라해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 슈베르트가 작곡하다 만 것을 그의 형인 페르디난트라든가, 후대의 다른 작곡가가 완성한 가곡들도 빠짐없이 실었다.

 단, 라틴어 가사로 된 종교 음악 번역만큼은 옮긴이의 능력 밖이라 여겨 원시(原詩)만 올려놓았다.

 원시(原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문헌에서 읽고 요약한 주석도 꼼꼼히 달아 놓고, 문학작품에 수록된 시에 붙인 가곡편을 내용 흐름에 맞도록 따로 편집해 실어 알파벳순으로 검색이 가능함은 물론, 내용 위주의 검색이 모두 가능해 찾아보기 편하다. 부록으로 가사를 쓴 시인들의 시 제목을 분류한 ‘시인별 가곡모음’과 ‘작곡연도별 분류’도 수록해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슈베르트의 수많은 가곡들은 그대로 보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산이다. 노래를 흥얼거림으로써 마음마저 행복해지는 괴테의 시에 붙인‘뮤즈의 아들’, 두 뺨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 같은 ‘봄노래’부터 절망적일 만큼 슬픈 ‘겨울 나그네’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래들……. 슈베르트가 시를 만나면 그는 자연과 인간의 감성에 세밀하게 감응해 그 시와 완벽하게 합일되는, 시인이자 화가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감수한 강용식 음악학 박사는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의 독문학자인 에밀리 앤더슨이 생각났다. 음악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편지들을 영어로 번역했고, 그가 출판한 책들은 오늘날까지도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김설지 선생님의 독한대역 슈베르트 가곡집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설지 회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과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일했으며, 90년대 후반부터는 강원도 화천에서 고전음악을 즐기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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