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피부
제3의 피부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0.07.2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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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동산정책과 관련하여 찬반이슈로 각계각층에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동안 집값 안정을 위해 수많은 정책이 발표되고 시행되었건만 결과적으로는 현재까지도 집값은 잡지 못하고 오히려 풍선효과 등으로 또 다른 사회문제와 더 넓은 지역으로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지난 3년간 시행한 토지거래허가제도입,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인상, 투기과열지구지정, 부동산대출규제강화 등등의 정책들 역시 당초 목표로 했던 집값 안정에 효과적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싶다.

 관계기관은 더 이상 부동산투기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국민에게 확고히 인식시킬 수 있도록 각종 규제정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투기꾼들을 뿌리 뽑아내겠다고 장담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 중산층이나 임차인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정책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힘겨운 주거비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서민들에게 있어 주거문제는 부동산정책의 피실험대상이 아니라 사활이 걸린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인들은 취직하는 순간부터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쪼개가며 쓸 것 안 써가며 악착같이 저축을 하더라도 금융권대출의 도움 없이는 언감생심이었다.

 어렵사리 생애 첫 번째 내 집을 장만하여 새집으로 이사했을 때의 기쁨과 뿌듯함이란 당시를 경험해보지 않는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행복이었다.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과 자부심에 몇날며칠의 집들이에도 함박미소가 가실 줄 몰랐다. 내 집 장만 이후에도 대출금을 갚아가며 자식들 뒷바라지에 허리한번 펴보지 못했지만, 어느덧 자녀가 성장하여 제금 날 때가 되면 집 한 칸이라도 장만해줘야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 마음이 아닐까 싶다.

 워낙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다보니 예부터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이 돈을 묻어두기에는 제일 안전한 자산이고 그중에서도 아파트는 투자수익이 가장 좋은 재테크수단으로 각인되어 온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필자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집이라는 개념이 부의 척도이거나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모든 가족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건축공정을 중요시 여긴다.

 요즘처럼 실외보다 실내에서의 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특히나 유목민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IT기기를 통해 업무를 원격으로 처리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대중화된 오늘날의 건축문화는, 단순히 튼튼한 공간구성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기술과 친환경으로 최선의 편리함과 최고의 안락함을 구현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훈데르트바서도 인간은 자연에 잠시 잠깐 머물렀다 가는 손님이라 생각했고, 우리가 살아가는 집은 피부와 의복 다음으로 우리를 보호해주는 “제3의 피부”라 주장하며 자연과 환경을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필자 역시 집은 형태학적인 공간 활용성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집은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피부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에는 잘 설계되고 축조된 건축물이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편리함은 물론이거니와 건축물의 공간과 기능이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건축심리학과 환경심리학이 건축에 접목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의 구술 땀과 협력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건축물을 그래서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행복과 불행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이제 우리도 “제3의 피부”라 할 수 있는 집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결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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