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불안과 경계,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 청년작가들
삶과 죽음, 불안과 경계,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 청년작가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21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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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청년 2020’전

 삶과 죽음, 불안과 경계,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공모를 통해 선발한 미술가들을 조명하는 ‘전북청년 2020’전이 8월 2일까지 미술관 5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전북청년 2020’전의 초대 미술가는 박진영(회화), 안준영(회화), 황유진(조각)씨다. 24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된 저력의 청년작가들이다.

 21일 전시실에서 마주한 이들 세 명의 청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깊이있는 주제에 표현 방식도 개성이 넘쳐 관람의 재미가 컸다.

박진영 작 - 초인-정글
박진영 작 - 초인-정글

 전시실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제작된 사람의 형상이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군중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글 안의 동물 혹은 인물은 지배를 받기도 하고, 지배를 하기도 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회안에서, 어떠한 구조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닮았다. 박진영 작가는 ‘초인’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사람,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인의 사전적 의미는 불가능이나 한계를 극복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인은 어느 특별한 힘을 가진 영웅은 아니다. 어느 늦은 오후, 지하철에서 하루를 힘겹게 살아낸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바로 초인이라는 생각한 작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담아내고자 했다.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대형캔버스와 씨름했을 작가 또한 초인이다.

안준영 작 - 닫힌 입
안준영 작 - 닫힌 입

 안준영 작가는 개인의 내면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아주 세밀한 드로잉 작업을 7~8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펜을 사용하고 있는 그의 드로잉 작업은 불안한, 첨예한 감정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신경질적인 선들의 조합이 만든 화면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나타내는데 그만이다. 지난 2016년부터 천착하고 있는 몸을 소재로 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주제의식을 구체화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표를 통해서 몸과 정신과의 관계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의 근간을 살핀다. 최근에 보여준 ‘닫힌 입’의 드로잉 연작이 불안에 잠식되어 기능을 상실한 신체 기관에 대한 표현이라면, 손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을 끌어낼 수 있는 직접적인 실체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잉크 스팟’이라는 제목으로 묶인 다량의 연작 작업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에는 흉내낼 수 없는 에너지가 흐른다.

황유진 작 - 죽음에 대항하는 심리적 방어전
황유진 작 - 죽음에 대항하는 심리적 방어전

 황유진 작가는 고통을 형상화한 물체를 제단에 올려 비는 의식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는 가변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죽음에 대항하는 심리적 방어전’은 삶 속의 불행들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공존의 공간으로, 죽음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사색의 자리로 만들어졌다. 마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떼어내려고 노력할 수록 퍼져 상처를 입히고 마는 암덩어리처럼, 작가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한데 엉겨 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제물로 올리고, 보는 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현존의 고통을 달랠 수 있도록 장치한 샤머니즘 형태의 공간에 잠시 앉아 의식에 동참하며 위로를 구하면 된다.

 정우석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전북청년에 선발된 작가들의 경우 전시 일정이 연기되고, 해외 교류전 등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아직 전시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늦게라도 발걸음하셔서 올해 전북도립미술관이 주목한 작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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