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를 이어온 합죽선 명가…선자장 김동식-김대성 부자 ‘합죽선 대를 잇다’
5대를 이어온 합죽선 명가…선자장 김동식-김대성 부자 ‘합죽선 대를 잇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19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보유자와 김대성 이수자 초대전을 28일까지 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부자의 신작과 대표작 20점을 만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77) 보유자는 열네 살이 되던 1956년부터 부채를 만들었다. 고종 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기술이 뛰어났던 외조부 라학천을 스승으로 합죽선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64년이 된다. 외삼촌 라태순의 집에서 처음 합죽선 만드는 기술을 배운 후 외할아버지에게 다시 세부적인 기술을 배워 대나무살을 쪼개는 것부터 합죽선에 종이를 붙이는 것까지 모든 기술을 외가에서 익혔다.

 그는 지난 2007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선자장으로 지정되었으며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첫 번째 선자장으로 지정돼 합죽선을 보전하고 전수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대성(44) 이수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의 아들로 5대에 걸쳐 합죽선의 맥을 잇고 있다. 나고 자랄 때 아버지가 부채 만드는 것을 일상으로 보다가 나이가 들고나서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특별한 일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7년부터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합죽선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이수자가 됐다.

 김동식, 김대성의 집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합죽선의 맥을 이어온 일가다. 이들의 전수 계보를 살펴보면 1대 라경옥(1860년대 출생 추정·합죽선장)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2대 라학천(합죽선장), 3대 라오복(합죽선장)·라이선(합죽선장)·라태순(합죽선장)·라정옥(김동식의 어머니)·라태용(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라오목(도배장)으로 이어진다.  

 김동식 보유자는 “부채는 죽은 대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일로, 죽은 대나무에 수없이 많은 손질을 거쳐 하나의 부채가 만들어진다”며 “60년간 제 손에서 수많은 대나무가 합죽선으로 만들어져서 새 생명을 얻었다. 외증조부부터 아들까지 5대에 걸쳐 부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대성 이수자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는 부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제가 태어나고부터 부채는 하향산업이었다. 선풍기와 에어컨에 밀려 사람들이 하나둘 부채에서 손을 놓았을 때도 묵묵히 가업을 이어오셨다”면서 “아버지께서 부채라는 다 죽어가는 꽃에 정성을 다해서 생명을 주시고 꽃밭을 만들어 주셨으니, 저는 이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꽃밭을 잘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향미 관장은 “지난해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선자장 조충익 보유자가 별세하고 올해 들어서는 장인 4명이 고령화로 합죽선에서 손을 놓았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 어려운 길이기에 자식에게 물려주기 어려운 가업을 함께 이어가는 김동식 김대성 부자는 전주 합죽선의 자존심이자 미래다”고 힘주어 말했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